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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여정, 주석단 서열 9위 이어 무기 발사 현장까지 나타났다

중앙일보

입력

24일 함남 선덕에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현장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동행한 모습이 포착됐다(동그라미). 가운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24일 함남 선덕에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현장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동행한 모습이 포착됐다(동그라미). 가운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4일 함경남도 선덕에서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현장에 등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8일 김일석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당시 당 고위급 간부들과 나란히 주석단에 자리했던 김 제1부부장이 이번에는 신형 무기 발사 현장에까지 등장해서다. 정부 당국자는 “김여정이 무기 발사 현장에서 공개 포착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중요 군사활동 현장에 당 부위원장들을 대동한 적은 있었는데, 제1부부장급인 김여정이 동행한 건 이례적이란 의미다.
①“미사일 발사를 국가적 행사로 부각”=24일 방사포 발사 현장 참석은 우선 ‘국가적 행사’ 차원에서 김 제1부부장이 동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7월 25일 이후 지난 24일까지 7차례 단거리 미사일 및 방사포를 쐈는데, 24일 ‘초대형 방사포’를 두고 ‘새 무기’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노동신문은 25일 1면 전체를 할애해 “세계적인 최강의 우리 식 초대형 방사포를 연구·개발해내는 전례 없는 기적을 창조했다”며“주체 병기 탄생을 위해 개발사업을 영도해주시고 첫 시험 사격은 꼭 자신께서 지도해야만 한다며 모든 일을 미루시고 이른 새벽 머나먼 날 바다길을 달려오신 (김정은) 최고영도자 동지”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선중앙TV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이날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를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가운데)이 이수용 부위원장(왼쪽), 최휘 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주석단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이날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를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가운데)이 이수용 부위원장(왼쪽), 최휘 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주석단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김일기 전략연 북한연구실장은 “황해남도 과일 군에서 평양 상공을 거쳐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던 6일에도 박봉주 등 당 부위원장 9명을 발사 현장에 집결시켰다”며 “통상 미사일은 실패 가능성 탓에 해상 발사하는데 당시 육지를 관통시키며 대내외에 미사일 자신감을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24일도 3년 전 같은 날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을 상기시키며 새 무기에 대한 국방력을 과시했다”며“중요한 ‘국가적 행사’였던 만큼 김여정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7월 상반기 북한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김여정에 대해 “직책(제1부부장)과 관계없이 김 위원장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광폭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7월 8일 추모대회 주석단에서 서열 9번째 자리에 앉는다든지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 수행 등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직책과는 맞지 않는 행보를 종합분석한 평가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②김여정 띄우기=김 위원장의 친동생, 즉 ‘백두혈통’의 위상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김 제1부부장을 부각하는 목적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은 새 무기 발사를 ‘선전’해야 하는 만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직책으로 참석한 듯하다”면서도 “중요 군사활동 현장에까지 김 제1부부장을 노출한 건 백두혈통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하노이회담 ‘노딜’ 이후 김 제1부부장의 신변 이상설이 나왔지만 김 제1부부장은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당시 ‘인민의 나라’ 개막식 공연 관람단에 시 주석 내외와 등장해 건재함을 알렸다. 이후 김일성 주석 추모대회 주석단, 정전 66주년 7·27 기념음악회에서도 김 위원장 지척에 자리했다. 조 연구위원은 “백두혈통은 그 자체가 북한에서 실질적 실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정은-김여정 관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김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전 경공업부 부장 관계와 비교되기도 한다. 김경희 전 부장이 김 국방위원장을 ‘그림자 보좌’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수행 빈도와 밀도 면에서 볼 때 김여정이 김경희 때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략연은 “친동생으로서 김 위원장의 심리적 안정에 기여하는 부분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전했다. 사진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회담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을 근접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전했다. 사진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회담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을 근접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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