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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의식한듯···트럼프 만나 "北미사일 유감" 이견 밝힌 아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얘기하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얘기하고 있다.[AP=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결의 위반으로,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미ㆍ일 정상, G7 계기로 프랑스서 회담 #北 단거리 미사일 발사 놓곤 이견 노출 #NHK "지소미아는 중요 테마들 중 하나" #트럼프 "한미군사훈련 불필요하다 생각"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인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미ㆍ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가)즐겁지는 않지만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며 문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본 총리의 기분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잘 밝히지 않던 아베 총리가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언급한 것을 놓곤 도쿄 외교가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또 중국·러시아·북한이 힘을 합치는 동북아 지역 정세를 한·미·일 공조로 헤쳐나가기 위해선 지소미아를 고리로 한 정보·안보 협력 체제 구축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꺼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동맹의 심화, 북한, 이란 정세, 일·미 무역과 경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선 항상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대해 "지난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 편지속에서 그는 '한국이 전쟁 게임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나도 미·한 합동훈련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와는 과거(의 미·일 정상들과의 관계)와 비교해 가장 좋은 관계에 있다"고 했고,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양국 무역협정 협상에 대해선 "큰 합의가 임박했다"고 예고했다.

두 정상이 구체적으로 지소미아 종료와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무역 문제, 지역 정세와 함께 중요한 테마로 논의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산케이 신문은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22일 밤 아베 총리가 주변에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기를 한 건 선을 넘은 것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절친’ 트럼프 대통령과의 13번째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이런 취지의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때문에 미국이 엄청나게 화가 있다”며 미국을 앞세우고 자신들은 ‘냉정한 대응’을 강조하며 뒤로 숨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도 24일자에서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일본 측에 공식 통보했지만, 일본 정부는 대항(보복) 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무 부대신은 지난 23일 밤 방송에 출연해 “협정 파기로 인해 곤란해진 것은 한국이다. 한국의 대응을 냉정히 지켜보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미국이 한국의 결정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일부러 새로운 보복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에도 한국에 대해선 (지소미아 보다) 징용 문제 대응을 계속 요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소미아와 관련한 한국 압박은 미국에 맡기고, 자신들은 징용 문제 해결 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ㆍ일 양국 간의 최대 쟁점이던 무역협정 관련 협상이 급진전하는 등 미·일 관계가 순풍을 타고 있다는 점이 미국을 사이에 둔 '지소미아 외교'에 있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영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와 나는 아주 좋은 친구다"라며 "지금까지의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협정 중에 가장 큰 협정에 대한 합의가 임박했다"고 했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사흘 동안 진행된 양국 각료급 협상 결과 양측은 ▶일본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 수준으로 낮추고 ▶미국은 공산품 분야에서 다양한 품목의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되 ▶일본이 철폐를 요구해온 자동차 관세 문제는 합의를 보류하고 계속 논의하는 쪽으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도쿄·워싱턴=서승욱·정효식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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