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수월암의 연관 스님을 찾아뵈었지요. 스님은 공부시간 외에는 주로 산행을 하는데, 불가에 널리 알려진 '죽창수필''선문단련설' 등을 엮어 펴낸 바 있지요. 일평생 구름을 따르는 스님의 길, 운수납자의 길은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그는 좀처럼 나서지 않지만 도법.수경 스님과 더불어 생명운동의 베이스 캠프인 실상사의 삼두마차이지요.
섬진강 오백 리 길을 홀로 가는 스님에게 누군가 물었더니 "그림자와 단둘이 오붓하게 가는 중"이라 했다지요. 한산시의 한 구절 '그림자가 돌아보며 어디로? 묻는다'와 출처를 잊었지만 '내 그림자와 서로 조문을 하네'라는 절대고독의 경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대답입니다. 나도 내 그림자에게 길을 물어 어디론가 떠나고픈 날입니다.
이원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