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감, 강한 우려” 한·미 동맹 파열음

중앙선데이

입력 2019.08.24 00:57

업데이트 2019.08.2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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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호 01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두드러지고 있다. 청와대는 23일 오후 “더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자칫 지소미아 문제로 한·미 동맹에 틈새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일 갈등이 심화될 경우 동북아시아에서 북·중·러에 맞서는 한·미·일 협력 구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지소미아 종료에 이례적 표현
한국 “동맹 업그레이드 계기 삼을 것”
틈새 벌어지는 한·미·일 협력 구도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박 가능성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 동맹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어 “미국 측이 우리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표명한 실망감은 희망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당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소미아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의 존재를 인정한 발언이다.

이는 전날 청와대가 밝힌 “미국이 우리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미 정부 고위관리들도 “한국 정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한·일 관계로 인해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소미아와 관련해 한·일 간 소통한 부분을 미국과도 거의 실시간 소통했다”며 “상황이 악화되거나 일본의 반응이 없으면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는 협정 체결 전인 2016년 11월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우리의 자체 정보자산과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철저한 대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진 않았다. 정찰위성에 대한 투자와 경항공모함 건조 등 국방력 강화와 국방비 증가를 들어 설명했을 뿐이다. 김 차장은 “독자적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강화하면 우리에 대한 동맹국들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7.6%로 이전 정부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면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망’ ‘강한 우려’ 등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잇따라 내놓은 이례적인 표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소미아 종료에) 실망했다. 한국과 일본이 관계를 되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 한·일 관계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 방위와 안보 연대는 완전한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중국 견제의 핵심축인 한·미·일 협력이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느슨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리는 “미국이 ‘실망’ 등 강한 톤의 어휘를 공식 입장에 담은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가에선 미·일 모두 지소미아 종료를 비판하고 나선 만큼 한·미·일 협력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덮으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그 두 가지를 그렇게 연결하는 데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시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익재·위문희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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