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균열 지켜보는 中···"지소미아 종료는 자주적 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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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며 내심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22일 기자 회견 때의 겅솽 대변인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며 내심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22일 기자 회견 때의 겅솽 대변인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외교부는 23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결정 행사에 대해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국이 내린 관련 결정에 주의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이 그동안 한·미·일 3국 군사협력에 반대하며 그 매개가 되는 지소미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점을 볼 때 이는 내심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겅 대변인은 "우리는 한 나라가 대외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거나 또는 군사안보협력 중지와 같은 일을 하는 건 그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시에 관련 국가 간의 양자 협정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고 한반도 평화 진전 추진에 도움이 돼야 하며 제3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겅 대변인 발언은 지소미아가 중국과 북한 등 제3국의 이익에 위해가 돼 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미·일 못지 않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2016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식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기자들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모두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중국 인민일보는 2016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식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기자들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모두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가 23일 홈페이지의 ‘신화 FOCUS’ 항목에서 “한국이 일본과 더 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지 않기로 했으며 일본이 이에 대해 항의했다”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상세하게 다룬 게 대표적인 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한국이 미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정으로 일본이 반격에 나설지 또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전하면서 “이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건 비단 한·미·일 3국만은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당국이나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놓고 손뼉을 치며 반기는 모습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잘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은 겅 대변인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자주적 권리'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데서 잘 드러난다. 특히 인민일보(人民日報)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인민일보 해외망(海外网)은 22일 “지소미아가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때 속전속결 방식으로 황급하게 체결돼 한국 국내로부터 ‘밀실협정’ ‘매국협정’ 등의 반발을 샀다”고 말했다.
그 결과 “주한 일본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岭安政)가 협정 체결식 현장에 도착했을 때 양측에 도열한 사진 기자들이 모두 집단으로 카메라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항의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당시 지소미아 체결 후 중국 외교부가 “관련 국가가 냉전의 사고를 고집하며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의 대결 국면을 부추기고 동북아에 새로운 불안전, 불안정의 요인을 추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소미아에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소미아에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외교부는 당시 “이는 평화와 발전의 시대 조류에 부합하지 않고 역내 각국의 공동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며 “현재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데 관련 국가는 평화와 발전에 맞는 일을 해야지 그에 반대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당시 북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소미아가 북한에 대한 적대적 행위로 한반도 및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대항과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가 이처럼 지소미아 체결 때 중국과 북한이 보여준 반대의 입장을 상세하게 다시 전한 건 현재 이뤄진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중국의 환영 입장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중국은 또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협력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부각해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 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것인지가 중국의 또 다른관심사인 것이다. 미국과 패권 다툼의 성격을 띤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어떻게든 한국을 미국의 ‘품 안에서’ 빼 오고 싶어 한다.
펑파이는 지난 7일 한국에서 실시됐던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소미아 연장에 반대하는 한국의 여론이 46.7%에 달해 ‘유지’하자는 여론 39.3%를 앞섰다고 보도해 한국 정부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지소미아 종료에 속으로 웃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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