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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사리'서 6·25 영웅으로 변신한 메간 폭스 "한국영화 놀라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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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 (Megan Fox)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 (Megan Fox)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사리전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역사입니다. 배우로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영화를 작업한 게 처음이라, 어느 때보다 엄중한 감정으로 작품에 임했습니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9월 25일 개봉)로 처음 한국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33)의 말이다. 21일 서울 압구정 CGV 극장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공동연출을 맡은 곽경택‧김태훈(‘아이리스2’) 감독, 김명민‧곽시양 등 주연배우들과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다.

한국전 참상 다룬 '장사리'로 첫 한국영화 출연 #올초 촬영 이어 21일 제작보고회로 5번째 내한 #'트랜스포머' 등 관능적 미녀, 종군기자 변신 #"역사 실화 영화 처음, 엄중한 마음으로 임했죠"

이번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하루 전날 경북 영덕군 장사리에서 극비리에 진행됐던 장사상륙작전을 다뤘다. 한국군 유격대와 더불어, 평균나이 17세, 훈련 기간이 고작 2주밖에 안 된 학도병 772명이 악천후 속 빗발치는 총탄을 맞으며 상륙을 시도했던 실화가 바탕이다.

한국전 참상 세계에 알린 종군기자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메간 폭스가 맡은 종군기자 매기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려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받은 실존 인물 마가렛 히긴스가 모델이 됐다. 3년 전 국가보훈처가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했던 인물이다.

지난 1월 경기‧강원도 세트장에서 촬영에 더해 메간 폭스의 공식 내한은 이번이 다섯 번째. 12년 전 ‘트랜스포머’를 필두로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2009) ‘닌자터틀’(2014) 등 주로 관능적인 역할로 출연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들고 한국을 찾았던 그는 이번 영화로 180도 변신에 나섰다.

이날 그는 “그간 닌자거북이, 로봇 등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 영화를 주로 했다면 이번엔 훨씬 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다”면서 “이처럼 많은 사람이 놀라운 희생을 보여준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단 걸 새삼 알게 됐다. 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역사에 감춰진 이 작전에 열정을 갖고 경의를 표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리 공개된 영화 속 장면도 지금까지 이미지완 딴판이다. 트레이드마크인 긴 검정머리도 실제 마가렛 히긴스를 본뜬 금발 단발머리로 바꿨다. “학생들은 자신이 총알받이란 걸 모르죠?” 극 중 매기는 이렇게 미군의 작전명령에 항의하기도 한다.

"한국영화 제작방식, 혁신적"

제작보고회에서 김태훈 감독(왼쪽부터), 곽경택 감독, 배우 메간 폭스. [뉴스1]

제작보고회에서 김태훈 감독(왼쪽부터), 곽경택 감독, 배우 메간 폭스. [뉴스1]

이번에 첫 경험한 한국영화 현장의 인상 깊은 기억으로 그는 현장편집을 들었다. “현장에서 촬영과 동시에 편집이 이뤄져 놀랐다”면서 “세계 어떤 촬영장에서도 본 적 없는 혁신적인 제작방식”이라 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괴물’이고, 곽 감독의 ‘친구’도 명작”이라며 “좋은 한국 작품을 더 많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번 영화는 ‘포화 속으로’(2010) ‘인천상륙작전’(2016)을 잇는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한국전쟁 시리즈 신작.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 역에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을 캐스팅해 705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이번에도 메간 폭스를 출연시켜 화제가 됐다. 극 중 메간 폭스의 상대역이자, 장사리 작전에 한국군 이명준(김명민) 대위가 이끄는 유격대를 투입한 미군 대령 역에도 미국 인기 수사물 ‘CSI’ 형사 역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배우 조지 이즈를 캐스팅했다. 그는 지난 1월 메간 폭스와 함께 한국에서 촬영을 마쳤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이즈가 지난 1월 강원 춘천시의 영화 촬영 현장을 방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로부터 수호랑·반다비 인형을 선물 받고 있다. 조지 이즈는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 촬영을 위해 춘천을 찾았다.[연합뉴스]

할리우드 배우 조지 이즈가 지난 1월 강원 춘천시의 영화 촬영 현장을 방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로부터 수호랑·반다비 인형을 선물 받고 있다. 조지 이즈는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 촬영을 위해 춘천을 찾았다.[연합뉴스]

곽경택 "장사리 희생 기억되길"

이날 메간 폭스를 악수로 반긴 곽경택 감독은 “이 영화의 기획부터 참여하진 않았지만, 저희 아버지께서 평안남도 고향을 떠나 열일곱에 피란 와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면서 “남북이 현재까지 갈라진 가슴 아픈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연출했다”고 말했다.

학도병과 함께 유격대를 이끈 이명준 대위 역의 김명민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적군의 이목을 다른 곳에 돌리려고 극비리에 진행된 전투이다 보니 이분들의 공에 대해 지금도 정보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70여년 전 잊혀져간 용기와 진심이 이제라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이 자리엔 없지만, 저체온증 걸리고 손가락이 찢어져 가며 촬영에 임해준 학도병 역 보조출연자들, 더불어 촬영하며 한 번도 마주치진 못했지만 멀리 한국의 역사에 관심 갖고 출연해준 메간 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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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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