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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폐막식은 무산됐지만…북한도 언젠가 뒤따라 와주겠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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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방은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제의 첫걸음이 너무 중요하다“고 했다.

방은진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제의 첫걸음이 너무 중요하다“고 했다.

“영화제 얘기가 나온 건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에요. 강원도만이 표방할 수 있는 ‘평화’란 유산을 잇고자 했습니다.”

방은진 평창남북영화제 집행위원장 #16일 개막…북한 영화 ‘새’ 등 상영

오는 16일 강원도 평창·강릉 일원에서 닷새간 개막하는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방은진(54) 집행위원장 말이다. 연극 배우 출신으로 1994년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으로 스크린 연기 데뷔, ‘오로라 공주’ ‘용의자X’ ‘집으로 가는 길’ 등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해온 그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 출범한 강원영상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토대부터 함께 닦아온 게 인연이 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겸손하고 순박하고 꽉 찬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강원도가 여는 첫 국제영화제다. 이사장엔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이 취임했다. 갓 출범한 총예산 17억원 규모의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제지만, 한국 영화인들이 주도하는 남북한 영화교류의 민간창구로 주목받는다. 이번에 합류한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남한에서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최대치 영화제”라 설명했다. 아직 북한이 공식 참여 의사를 밝혀온 적 없으니 반보의 출발인 셈이다.

“출발은 저희가 하지만 언젠가 뒤따라 와주겠죠. 독일도 베를린장벽 붕괴 전부터 베를린영화제가 동서 간의 문화적 차이를 낮추는 역할을 했잖아요.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아티스트, 대중이 공감하는 축제의 판을 벌여보고 싶습니다.”

분단·평화 주제로 선정한 33개국 85편 상영작 중엔 최초 남북합작 장편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2005) 등 북한 영화도 포함됐다. 개막작은 국내 최초 상영되는 북한 감독 림창범의 1992년작 ‘새’. 한국전쟁 때 헤어져 남과 북에서 각기 조류학자로 활동하던 부자가 연구하던 철새로 인해 서로 생사를 알게 되는 가족영화로, 올해 90세인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와 그 아버지의 실화가 토대다.

평양 시내를 비롯한 북한 명소와 백두산 풍광, 주민 실생활 모습을 360도 VR(가상현실)로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2013년부터 직접 북한에 가 작업한 영상이 바탕이 됐다. 개성공단의 10여년을 담은 전시, 북한 촬영 경험이 있는 외국 영화인들의 토크도 열린다.

올해 상영되는 북한 영화 중 가장 최근작은 ‘산너머 마을’(2012)이다. 남북 정세상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 애니메이션 등 최신작을 수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기획한 금강산 폐막식 개최, 북한 영화인 초청도 불발됐다.

방 위원장은 "지난해 문 이사장이 노무현재단을 통해 10·4선언 기념행사에 방북하고, 북한 유소년축구단이 강원도를 찾았을 때 등 북측에 여러 번 초청 의사를 밝히며 비공식적으로 긍정적인 기류를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하노이 북미회담부터 북측 반응이 급속히 냉각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올해 영화제에선 남북 분단 이슈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도 돌아본다.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부터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지난해 ‘공작’까지 39년에 걸친 흥행작 여섯 편을 상영한다. 반려동물·가족과 함께 강릉 경포대에서 비무장지대로 향한 유기견들의 여정을 그린 애니 ‘언더독’을 보고 ‘개통령’ 강형욱과 만나는 ‘댕댕런’ 행사도 영화제 기간 열린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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