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LNG 시대' 미리 치고나갔다···삼성중공업 수주 목표액 54% 달성 선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올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 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올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 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인수합병으로 '메가 조선소'를 선언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홀로 남은 삼성중공업이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 연료추진 원유 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고 19일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7513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14.3%에 달한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액(78억 달러·약 9조4000억원)의 54%를 달성했다. 지금까지 총 29척을 42억 달러에 수주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액은 목표치의 30% 선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LNG 연료공급시스템인 '에스후가스(S-Fugas)'를 적용했다. S-Fugas는 영하 163도의 액화 LNG를 기화시켜 선박의 메인 엔진이나 발전기 등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LNG 연료추진선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디젤유보다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5%, 이산화탄소 25%를 줄일 수 있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아직 오지 않은 'LNG 시대'를 맞아 선제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는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선박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주들이 황산화물이 안 나오는 LNG 추진선으로 바꿀 건지, 기존 선박에 고가의 디젤유를 쓸 건지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 영업 부문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LNG 연료추진선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황산화물 함유량 3.5%→0.5% 이하로 감축)를 충족하면서 고유황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직 'LNG 선박 시대'가 열리지 않았지만, 한꺼번에 10척을 수주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언젠가는 LNG 시장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감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단 "LNG 연료추진선은 기존 유조선보다 20~25%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고 벙커링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총 20척의 LNG 연료추진선(LNG운반선 제외)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국산화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수주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수합병은 선언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액은 LNG 운반선 6척을 비롯해 초대형 원유 운반선 7척, 잠수함 3척 등 27억80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다. 목표치(83억7000만 달러)의 33%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48억 달러(약 5조 8000억원)를 수주해 목표치(159억 달러)의 30%에 머무르고 있다.

노조는 인수합병이 '조선산업 구조조정'이라고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오는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여는 '조선산업 구조조정 저지' 총파업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다만 파업 결정은 미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이번 주 파업 여부 등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