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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모자 통보 누락은 SH 책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봉천동 탈북 모자 한모(42)씨가 18개월 전기요금 등을 연체했지만 ‘재개발 임대아파트’라서 복지부에 통보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아파트가 연체 사실 통보 대상의 한 유형인 국민임대 아파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자(빌려준 사람)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규정에 없는 ‘재개발 임대’로 분류하는 바람에 통보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또 한씨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12월에도 관악구 주민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SH, 규정 없는 ‘재개발 임대’ 분류 #관리사무소 월세 체납 알렸지만 #복지부 시스템 코드에 안 잡혀

한씨는 아파트 월세·전기요금·수도요금 등을 18개월 체납했다. 월세·전기요금·수도요금은 석 달 연체하면 보건복지부로 자동으로 통보돼 방문 확인하게 돼 있다. 송파 세모녀 사건, 증평 모녀 사건 이후 이런 체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한씨 사건 직후 “공공임대 아파트 중 영구·국민·매입 임대주택만 통보 대상인데, 한씨의 아파트는 ‘재개발 임대 아파트’라서 통보 대상이 아니다”라고 빠져나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한씨 아파트를 ‘국민임대’ 아파트라고 규정했다. 이병훈 국토부 공공주택총괄과장은 19일 “임대아파트 유형에 ‘재개발 임대’라는 분류가 없다. (한씨 아파트는) 주택도시기금이 매입해 임대하는 국민임대이다. 재개발 후 SH가 매입해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SH가 ‘재개발 임대 아파트’라고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보건복지부 시스템(사각지대 발굴시스템) 통보 코드에 잡히지 않았다”며 “SH가 통보 시스템을 잘못 만들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같은 유형의 아파트라도 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국민임대 아파트는 복지부 시스템에 통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국토부가 한씨의 아파트를 국민임대로 정의했다”며 “한씨의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SH 측에 월세 등의 체납 사실을 보고했는데도 SH가 우리한테 통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 아파트는 7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중 국민임대·영구임대·매입임대 등 세 가지 유형만 공과금 연체 사실을 복지부에 통보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SH 이종선 홍보실장은 “우리가 규정이 바뀐 줄 모르고 복지부 통보 대상에서 누락했다”며 "앞으로 통보 대상에 넣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16일 관악구청의 복지 행정 실태를 현장 조사했더니 한씨가 지난해 12월 17일 주민센터를 찾아 아동수당 수령 계좌를 변경했다고 한다. 12월은 아동수당 신청자가 폭주할 정도는 아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계좌를 바꾸러 주민센터에 갔을 때 모니터 화면에서 소득인정액(소득+소득의 재산환산액)이 0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 스크린(one screen)’ 시스템에 따라 아동수당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볼 수 있다. 그때 한씨가 생활고를 호소했을 텐데 관악구청과 주민센터가 기초수급자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악구청 구남렬 홍보전산과장은 “지난해 12월 아동수당 계좌를 변경할 때 소득인정액이 화면에 뜨지 않는다. 또 생활고를 호소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만약 그렇게 말했다면 상담을 했을 테고, 기록에 남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박해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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