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후견인' 중국도 첫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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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크게 변했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이번에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무력 제재 가능성을 담은 유엔 헌장 제7장 41.42조의 수용을 끝까지 거부한 것은 중국의 일관된 태도라고 그는 말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도 결의문 채택 직후 "이번 결의 때문에 중.조(中朝) 관계가 변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식량.에너지.무역 부문에서 대북 거래가 지속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회주의 혈맹이며, 대미.대일 견제카드로서의 가치가 여전한 북한을 계속 감싸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인내도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미.일의 도발적 대응을 차단하고, 북한과 끝까지 접촉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의미 있게 달라진 부분은 '차이에 대한 인정'이라고 이 전문가는 말했다. 이미 드러난 북.중 간의 견해 차는 굳이 숨기지 않겠다는 태도다. 요컨대 큰 줄기에 있어서는 북한을 보호하겠지만 사안별로는 북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후이량위(回良玉) 국무원 부총리의 10일 평양 방문에서 그런 태도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는 미.일의 군사 공조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부추길 뿐이라고 설명한 뒤 중국이 제시한 비공식 6자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냉랭했다. 중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는 "중국 영토인 마카오에서 미국이 취한 금융제재를 중국이 막아주지 못한 데 대한 북한의 불만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아무 진전이 없으면 15일께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다는 점도 북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협상은 무소득이었고 중국은 결국 안보리 결의에 찬표를 던졌다.

중국이 이처럼 북한과의 차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견해도 있다. 즉 평화 공존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서방 측의 입장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서방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력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에 잠시 매를 들고, 미.일에 화답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제한적이지만 북한에 대한 비판을 앞세워 국제협상력을 높인 뒤 필요할 때 북한의 이익을 봐주고, 동북아의 안보 판도를 중국 의도대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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