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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수 어떻게 할건가" 日공사 불러 외교문서 전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19일 일본 측에 후쿠시마 원전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구체적 대책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외교서한을 전달했다.

니시나가 도모후미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공사가 19일 오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초치돼 권세중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과 면담을 갖기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니시나가 도모후미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공사가 19일 오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초치돼 권세중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과 면담을 갖기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정부, 5개 질문 담은 구술서 전달

권세중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은 이날 오전 11시 니시나가 도모후미(西永知史) 주한 일본 대사관 경제공사를 외교부가 있는 서울정부청사 별관으로 불러 구술서(note verbale)를 전달했다. 구술서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국제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와 향후 처리계획이 무엇인지를 비롯,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하는 질문 5개가 포함됐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7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구술서를 통해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처리 결과가 양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 나아가 해양으로 연결된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 계획 등을 포함한 제반 대책을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는 모습.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 2019년 2월 촬영.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는 모습.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 2019년 2월 촬영. [연합뉴스]

일본 “해양 방출 주장, 사실과 다르다”

 권 국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가 인근국인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주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한ㆍ일 양국이 함께 모색해나가자”며 양자 협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니시나가 공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권 국장은 일본 측이 오염수 현황 및 처리 계획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오염수 해양 방출을 시사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일본의 국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적극 대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니시나가 공사는 그린피스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일본 정부가 정보 공유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정부 “엄중한 인식” 양자 협의 요청

하지만 앞서 지난해 10월 정부가 비슷한 입장을 담은 입장문을 일본에 전달한 뒤에도, 일본 측은 계속 “향후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만 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넌페이퍼(non-paper) 형식이었다. 넌페이퍼는 구두로 전달하는 내용의 요지를 정리한 다소 비공식적인 형식으로 작성자나 수신자도 표시하지 않곤 한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류된 방사성 물질 이동 경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류된 방사성 물질 이동 경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구술서는 이보다는 보다 서면으로서의 형식을 갖춘 외교서한이다. 수ㆍ발신자의 관직과 성명 표시 없이 자국과 상대국을 제3자로 지칭하지만, 사실상 서명이 들어간 외교문서와 비슷한 효력을 갖는다. 일본이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입장 전달의 무게감을 높이고 기록으로 보다 명확하게 남기기 위해 외교부 본부 간부가 직접 구술서를 전달하는 형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해양 방류를 할 것인지 아닌지, 오염수 저장고 증설을 할 것인지 아닌지 등 정작 우리가 알고 싶은 민감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공유를 하고 있다’는 데 대해 양국 간 인식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술서 전달도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저장고 용량이 한계치에 이르는 2022년 8월을 앞두고 주변국의 우려를 고려, 정기적으로 양자 협의를 하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지난해 입장문 전달에도 日 무대응 

외교부는 특히 초치 및 구술서 전달 사실을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 형식으로 사전에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후쿠시마 원전수 문제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카드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지금의 한ㆍ일관계 국면을 고려할 때 이런 정부 조치들이 일본에는 공개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최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치적 사활을 걸고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 시 문제 제기 

20~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ㆍ일ㆍ중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에게 후쿠시마 원전수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21일 예정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지혜·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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