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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대 고객 돈 가로챈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 등 무더기 검거

중앙일보

입력

 수신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이나 저축은행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고 등록을 해야한다. [뉴스1]

수신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이나 저축은행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고 등록을 해야한다. [뉴스1]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며 2000억 원대의 고객 예치금과 투자금을 가로챈 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모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 A씨(45) 등 6명을 구속하고 거래소 직원 B씨(45)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등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3곳을 운영하며 고객 2만6000여명으로부터 예치금 177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2017년 4월부터 최근까지 “암호화폐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1900여명으로부터 투자금 58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허가나 인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출자금 등의 명목으로 원금 이상의 금액을 반환할 것을 약정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면 금융사기에 해당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

예치금 환불 지연에 시세조작 의혹 

 [중앙포토]

[중앙포토]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쯤부터 인천서부경찰서에 “이 업체에 예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는데 환불해주지 않고 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해당 업체가 시세조작을 하고 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이후 검찰과 다른 지역 경찰서로도 같은 내용의 고소장이 쏟아졌다. 총 132건이 접수될 정도로 사안이 커지자 지난 2월 인천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이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100만원을 입금하면 5만원을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등 경품을 내건 이벤트로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치금을 모으기 위해 가상화폐 시세나 거래량을 조작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루시와 스케치 등 28종의 암호화폐를 거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당시 “보험 사업에 투자하면 120~150% 수익을 분할 지급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집하다가 약속한 수익금을 배분하지 못하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10만~1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이들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 부인

경찰 조사에서 이 업체 직원들은 “대표 지시로 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은 가담하지 않고 법인 대표들이 진행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 등은 가로챈 돈을 사무실 운영비,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업체 말고도 여러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 고소로 수사를 시작했다”며 “입출금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500억원가량의 범죄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주 A씨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고객의 출금요청을 수개월 동안 지연시켰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출금을 정지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피해자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회를 열었다. 지난 2월에는 한 법무법인이 이 업체 대표 소유 부동산에 가압류를 신청한 뒤 법원의 가압류 판결을 받아 가압류 등기를 마치기도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의 재산이 가압류된 최초의 사례였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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