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서열위주의 "복고풍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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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검찰인사는 발탁인사를 배제하고 철저한 서열위주의 「복고풍」이라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2월 사법시험 17회를 고등검찰관으로 승진시킨 후 이번에 또다시 사법시험 18회를 고등검찰관으로 승진시킨것은 사법시험 20회의 일부까지 고등법원판사로 승진한 것을 감안, 법원과의 인사형평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사장 승진에 서울지검 1, 2차장을 발탁한 것은 예상했던 일이나 사법시험 1회 출신 1명을 뒤늦게 포함시킨 것은 법원이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이 늦었던 고시출신 일부 지법부장판사를 고법부장판사로 승진시킨 것을 고려하면서 앞으로 재경지청장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검찰수뇌부의 장기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다양한 목적을 띤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복고풍 성격을 띤 이번 인사는 종래의 고속승진풍토에 익숙해있던 사법시험 4∼8회 출신들의 승진·영전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었지만 「유능한 인재가 일찍 출세했다가 일찍 사라졌다」는 종래 검찰인사의 아쉬움을 시정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일선지검·지칭의 차장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됐던 재경지청차장과 서울지검의 사법시험 7∼8회 출신부장들이 대부분 유임됐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문익환목사 밀입북사건과 함께 일기 시작한 공안정국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공안사건의 일선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서울지검 안강민 공안1부장·최병국 공안2부장이 모두 유임된 것은 검찰이 공안사건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서울지검남부·동부지청장은 고시14, 15회 출신이 차지하고 동부·남부지청의 사법시험 8회 출신 부장검사 2명이 서울고검으로 전보된 것은 지금까지「양로원」으로까지 눌려졌던 고등검찰청을 활성화하려는 검찰수뇌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변진자 울산지청강의 부산지검 2차장 발탁과 이원성 순천지청장의 광주지검 차장 발탁으로 공업단지 등으로 노사분규가 많다는 이유로도 지청을 중요시하고 있다는게 입증된 셈.
중견 검찰간부들이 가장 선망하는 서울지검형사부장이 원정일(사시7회)·유재성(8회)·박순용(8회)·천기흥(8회)·이광수(8회)·김경한(11회) 부장검사등 KS가 3명, TK가 2명, 전주고가 1명으로 짜여진 것도 재미있다.
이밖에 신설되는 서울서부지청장에 최명선 수원차장(사시3회), 서부차장에 김상수 서울지검형사1부장(사시6회)이 발탁된 것도 서부지청의 비중을 예견케 한다.
신임 신창언 서울지검2차장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수사를 맡아 억울한 오해를 받았으나 지난번과 이번 인사로 완전히 부권됐다.
그러나 검사장 승진서열 0순위로 지금까지 시험서열순으로 임명돼온 서울지검 1·2·3차장에 김종구 (사시3회)·신창언(3회)·김정길(2회)차장이 임명된 것은 관례를 깬 이변으로 「복고풍」인사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가 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김기춘 검찰총장의 의견보다는 허형구 법무장관의 뜻이 더 많이 담긴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결국 지나친 서열위주의 인사는 능력과 업적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한다는 뜻에서 이번 인사가 검찰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미흡하다는게 중론이다.

<신성호·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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