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바뀌는 3각전 승용차 시장|쌍용-볼보자동차 합작 의미&&그룹총수 집념의 소산…91년부터 연5만대 생산|각축심한 소형차보다 중·대형 승용차부터 공략스웨덴이 자랑하는 볼보승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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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쌍룡의 승용차생산 선언으로 이제까지 현대·대우·기아 3사 정립체제를 유지해오던 승용차시장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쌍룡은 북유럽 최대의 승용차 메이커인 볼보와 다음달 기술제휴 계약을 맺은뒤 오는 91년부터 승용차생산에 본격 참여한다는 계획을 22일 상공부에 제출했다.
쌍룡이 생산할 승용차는 볼보 240모델, 안전성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엔진 파워와 동력전달장치가 뛰어난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이로써 쌍룡은 86년 동아자동차 인수이후 꾸준히 노려왔던 승용차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게 되었고 특히 지난 6월30일 자동차 합리화기간 종료를 계기로 현대·대우·기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첫번째 주자로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쌍룡은 자동차 5사의 하나지만 규모가 매우 작은편 이었다.
88년 자동차 총생산이 1백만대를 돌파했고 업계 1인자인 현대가 3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쌍룡은 8천7백대 생산에 1천2백76억원의 매출액에 불과했다.
그러나 쌍룡그룹이란 든든한 배경과 김석원회장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남다른 집념으로 언젠가 승용차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자동차 3사의 요주의 대상이 되어왔다.
승용차시장에 도전하는 쌍룡의 계획은 대단히 야심적이다.
92년6월까지 1단계는 볼보로부터 기술이전과 부품공급을 받아 승용차를 생산하고 93년12월까지 2단계는 독자적인 승용차 모델을 개발하며 94년1월이후의 3단계는 볼보와 대등한 입장에서 합작회사를 설립, 승용차를 공동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 계획이고 우선은 2천cc와 2천3백cc 2종류를 연산 5만대 규모로 만들어 중·대형차 시장부터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엑셀·르망·프라이드로 자동차 3사가 혈전을 벌이고 있는 소형차보다는 중·대형차가 그래도 뚫고 들어 가기가 쉽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88년 중·대형차 생산은 19만4천대,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현대의 소나타·그랜저가 각각 6만4천대, 3천2백대밖에 생산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쌍룡의 전략은 현실성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쌍룡은 소나타 1천2백만원, 그랜저 1천7백만원의 중간선인 1천3백만원(2천cc기준)으로 시장을 개척, 오는 94년까지 연산 15만대 규모로 승용차·지프·상용차·특장차를 전부 생산하는 종합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하겠다는 것.
이같은 쌍룡의 움직임에 대해 자동차 3사는 적어도 곁으로는 태연한 표정이다.
언젠가는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상대인데다 연산 5만대 규모로는 시장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쌍룡으로서는 모자라는 공장부지를 해결해야하는 가장 큰 난제가 남아있지만 이 문제까지 해결될 경우 합리화조치에 안주해있던 자동차업계에 변화를 일으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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