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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식당서 109명 집단 A형간염···사라진 조개젓갈, 보상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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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간염.[연합뉴스]

A형 간염.[연합뉴스]

부산의 한 유명한 돼지고기 식당을 이용한 고객 109명이 A형 간염에 걸렸다. A형 간염의 최대 잠복기(최장 50일)를 고려하면 오는 9월 중순까지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의 한 돼지고기 식당서 6월~7월 발병 #피해자 모두 “중국산 조개젓갈 먹었다” #식당 대표 젓갈 폐기해 보건당국 회수 실패

부산시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기준 해당 식당 이용객 중 A형 간염 발병자는 109명이다. 이 가운데 105명은 부산에 거주하고 4명은 부산 외 지역민이다.

이 식당을 이용한 고객 중에 A형 간염 발병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 6월 5일이다. 이때부터 지난 7월 21일까지 A형 간염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부산시와 질병관리본부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월 1일부터 7월 21일까지 해당 식당을 이용했고, 모두 반찬으로 내놓은 중국산 조개 젓갈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와 보건당국은 다음날에 해당 식당을 찾아 위생점검을 하고 역학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의 조개 젓갈은 이미 폐기된 상황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식당에서 조개 젓갈을 찾을 수 없었다”며 “다른 젓갈류(새우, 갈치속젓)와 칼, 도마 등을 수거해 역학조사를 의뢰했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국산 조개 젓갈을 공급한 업체를 찾아 생산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현재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식당은 논란이 일자 지난달 22일부터 자체 휴업에 들어갔다가 이달 초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이 소식을 들은 관할 자치단체는 이틀간 위생단속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고춧가루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 업주에게 경위를 소명하도록 했다. 해당 업소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A형 간염 추이. 자료:질병관리본부

A형 간염 추이. 자료:질병관리본부

해당 업소 사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피해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모 씨는 “지난 6월 28일 이 식당을 이용한 후 남편이 밥 한 톨 못 넘길 정도로 아파서 병원을 찾았더니 A형 간염 확진을 받았다”며 “간염 수치가 50이어야 정상인데 6000을 넘어서 의료진도 놀랐다. 휴가 내내 고생 했다가 병원에서 일주일째 격리치료 중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전염병이라 회사에 나가지 못해 한 달째 쉬고 있고, 병원비는 100만원 넘게 나왔다”며 “식당 사장에게 전화하자 배상해주겠다고 하더니 식약처에서 검사 나오기 전에 조개 젓갈은 왜 전량 폐기했냐”며 분노했다.

보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당 사장은 영업배상책임 보험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험회사는 증거(중국산 조개 젓갈)가 없다며 보상을 못 해주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보험사 측에서 감당이 안 되는지 손해사정사가 할 일을 피해자에게 떠넘겼다”며 “증거가 사라진 상태라 집단 민사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소 사장은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해결된 뒤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해명했다.

부산시는 A형 간염 환자가 더는 발병하지 않는 시점에 되면 역학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A형 간염 잠복기가 2주에서 최장 50일인 점을 고려하면 9월 중순이 돼야 역학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보건당국은 식당과 무관하게 A형 간염이 발병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역학조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역학조사 보고서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업체와 피해자간의 보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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