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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주도자 만난 美영사 포착···中 "美가 배후인 증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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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희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 문희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중국 매체들이 최근 홍콩 시위 주도자들과 미국 영사가 만나는 장면이 포착된 사진이 온라인에서 공개되고 있다며 이는 홍콩‘범죄인 인도 법안’반대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중국신문망 등 중국매체는 8일 대공보(大公報)와 문회보(文匯報) 등 홍콩 내 친(親)중국 매체를 인용해 홍콩 인터넷상에서 관련 사진과 글이 유포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에 포착된 인물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혁명’의 선두에 섰던 조슈아 웡(黃之鋒)과 네이선 로(羅冠聰) 등 야당인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지도부다. 또 홍콩대학 학생회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5시 30분쯤(현지시간) 홍콩 애드미럴티의 JW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 한 외국 여성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문회보에 따르면 이 장면은 어느 네티즌이 우연히 목격한 것이며, 목격자는 시위 지도부들이 ‘미국인처럼 생긴’ 여성을 보고 매우 공손해졌고 마치 ‘빅 보스’를 보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어 다섯 사람은 로비 한 구석에 서 있었고, 여성이 시위 주도자들을 데리고 호텔 객실로 가서 고위 인사를 몰래 만나려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조슈아 웡은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7일 홍콩 주재 미국 영사와 만났다고 인정하면서 “홍콩 제재를 위한 ‘홍콩인권민주법안’ 관련 내용과 미국이 홍콩 경찰에 (시위진압) 장비를 수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논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앞서 네이선 로와 미국에 가서 미국 관리를 만나기도 했다면서, 미국 영사와 만난 데 대해 “근본적으로 특별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다만 조슈아 웡은 미국 영사의 신원 및 이날 모임에 참석한 미국 관리들의 숫자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보는 조슈아 웡 등이 만난 여성이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정치 부문 주요 책임자라며 실명·얼굴 사진과 함께 신원을 공개했다. 또 이 여성이 미국 국무부의 대외심리전 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중동 근무 때 인권·민주를 명분으로 정부 전복 활동을 기획한 바 있다며 ‘전복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公署)는 “최근 홍콩 주재 미 영사관 관리가 홍콩 시위 주도자들과 접촉했다”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홍콩 주재 특파원 공서는 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공서 책임자가 이날 미국 영사관 고위 관리와 긴급 회담을 갖고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면서 “홍콩 시위 주모자를 접촉한 사안에 대해 중국은 미국 측에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했고,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서 책임자는 “국가 주권과 안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 어떤 국가나 조직, 개인이 그 어떤 형식으로 홍콩 사안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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