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국 환영" vs "그냥 정치하라" 서울대에 나란히 붙은 대자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자 교내에 붙은 대자보들. [연합뉴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자 교내에 붙은 대자보들. [연합뉴스]

서울대 교수로 복직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대자보가 교내에 나란히 붙어 눈길을 끈다.

조국 옹호 학생 "휴직과 복직, 법률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 

서울대 교내에는 8일 조 전 수석을 옹호하는 "교정에서 조국 교수를 환영하며"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보수를 표방하는 학생단체 '서울대 트루스포럼'이 부착한 "조국 교수님, 그냥 정치를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대자보 바로 옆자리에 부착됐다.

'조국을 사랑하는 학생'이라고 밝힌 익명의 글쓴이는 "조국 교수를 사랑하는 학생들은 학내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동안 나서지 않았다"며 "그러나 일부 단체가 교수 개인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사퇴를 거론하는 등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고 이를 참을 수 없어 목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조국 교수의 휴직과 복직은 모두 법률과 학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뤄졌다"며 "만일 장관에 임명돼 다시 휴직하는 것도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조국 교수의 휴직이 과거 발언과 어긋난다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지만 정확히 살펴보면 말이 바뀐 적은 없다"며 조 전 수석은 교수의 선출직 공무원 진출과 임명직 공무원 임용을 구분해 발언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국 교수는 직업 정치인 출마 권유에 줄곧 거절 의사를 표시했고 민정수석 업무 동안에도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했다"며 "조국 교수를 환영하며 이 시대에 본교 학생들이 지향할 가치를 탐구할 수 있길"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비판 학생 "'폴리페서' 비판해놓고 자신에게만 관대"

[사진 서울대 트루스포럼 페이스북]

[사진 서울대 트루스포럼 페이스북]

앞서 서울대 트루스포럼은 지난 2일 "조국 교수가 '폴리페서'(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를 비판했음에도 자신에게만 관대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친일파로 매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내 곳곳에 부착했다.

이 단체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가담하셨던 교수님께서 아직도 죽창가를 운운하고 한일기본관계조약에 대해 교수님과 다른 의견을 갖는 분들을 친일파로 매도하며 반일 선동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미국에 빌붙어 세운 부정한 나라고 자본주의는 1%가 99%를 착취하는 시스템이라는 지극히 편협하고 위험한 역사 인식을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이제 교직은 내려두시고 정치를 하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뜻을 함께하는 재학생 동문들과 함께 적절한 대응을 준비하겠다"며 "맞으면서 가시려거든 교수님을 향한 실망과 우려와 비판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가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조 전 수석의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조국 "극우 학생들 안타까워"…하태경 "스승 자격 없다"

[사진 조국 페이스북]

[사진 조국 페이스북]

조 전 수석은 자신의 행보를 두고 학생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자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을 밝혔다.

조 전 수석은 게시물에서 "나를 둘러싼 학생들의 대자보를 보면서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marketplace of ideas theory)을 실감하게 된다"며 "학생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학생이 교수를 비판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다만 트루스포럼을 겨냥해 "'지성의 전당'인 대학 안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북한이 고정간첩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일으킨 사태'라고 주장하고 헌재 결정을 부정하는 '태극기 부대' 수준의 집단이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나의 수강생이나 지도 학생이었다면 엄히 꾸짖었을 것"이라고 썼다.

[사진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의원 페이스북]

[사진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의원 페이스북]

조 전 수석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학생들이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스승이 어떻게 제자를 극우라고 부르는가"라며 "스승 자격이 없으니 학교를 떠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하 최고의원은 "폴리페서는 캠퍼스 떠나라고 비판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모두 극우가 될 수 있느냐"며 "자신과 법리적 입장이 다르면 친일파, 자신을 비판하는 학생들은 극우라고 하는 이런 분이야말로 독재의 후예"라고 지적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