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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면 울고 해지면 그치는데···한밤 우는 매미의 슬픈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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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에 매미. [중앙포토]

고목나무에 매미. [중앙포토]

"맴, 맴, 맴, 맴, 매에…."(참매미 소리)
"치 치 치 치, 치르…."(말매미 소리)

제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한반도 동쪽을 지나갔는데도 전국 곳곳에서는 다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에 밤새워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 다시 매미 소리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아파트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서 울면 알람 시계가 따로 없다.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미 울음소리 크기를 측정한 결과, 낮에는 77.8데시벨(㏈), 밤에는 평균 72.7㏈로 도로변 자동차 주행 소음 평균치 67.9㏈보다 높았다.

자동차 소음보다 큰 매미 울음 

방충망에 붙은 매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방충망에 붙은 매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침까지도 열기가 식지 않은 열대야일수록 매미 소리도 요란한데 전문가 설명을 들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상지대 친환경식물학부 기경석 교수팀이 지난해 여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참매미가 우는 시간은 일출·일몰시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말매미는 일정한 기온에 도달하면 울기 시작하지만, 그치는 시간은 일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상지대 연구팀은 2015년 여름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에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참매미는 평균 오전 5시 21분에 울기 시작, 오후 6시 31분에 울음을 그쳤다.

<참매미 소리를 들어보세요>

<말매미 소리를 들어보세요>

말매미가 울기 시작한 시간은 평균 오전 7시 40분이었고, 평균 오후 7시 51분에 그쳤다.

특히, 참매미의 경우 오전 5시 20분을 전후해 아주 일정한 시각에 울음을 시작했으나, 울음 종료 시각은 균일하지 않았다.
반면, 말매미의 경우 울음 시작 시각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오후 7시 50분을 전후한 아주 일정한 시각에 울음을 그쳤다.

전체적으로 참매미는 말매미보다 평균 2시간 19분 먼저 울기 시작해 1시간 20분 일찍 종료했다.

말매미 1도 상승하면 14.4분 일찍 울어 

참매미 [중앙포토]

참매미 [중앙포토]

연구팀은 이 같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매미 울음의 시작·종료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을 찾기 위해 통계분석(다중회귀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매미의 경우 일출 시각이 1분 빨라지면 울음 시작도 1분가량 빨라졌다. 일출시각과 울음 시작 시각이 거의 동일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일몰시각이 1분 빨라지면 참매미의 울음 종료는 5.4분 빨라지고, 하늘을 덮은 구름이 많아도 일찍 울음을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매미의 울음 시작 시각은 평균기온이 1도 증가하면 14.4분, 최고기온이 1도 증가하면 11.1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말매미의 울음은 일몰이 1분 늦어질수록 종료도 1분 늦어지고, 최고기온이 1도 올라가면 울음 종료는 1.07분 늦어졌다.

무더운 여름날씨가 계속된 지난달 14일 새벽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앞 공원 땅속에서 나온 매미가 소나무에 매달려 딱딱한 껍질을 벗고 우화(羽化. 애벌레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과정)하고 있다. 매미는 땅 속에서 7년 정도 유충으로 지내다가 일주일 남짓 땅 위로 나와 짝짓기를 한 뒤 생을 마친다. 우화는 천적을 피해 주로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이뤄지며 보통 3~6시간 정도 걸린다. 김성태 프리랜서

무더운 여름날씨가 계속된 지난달 14일 새벽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앞 공원 땅속에서 나온 매미가 소나무에 매달려 딱딱한 껍질을 벗고 우화(羽化. 애벌레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과정)하고 있다. 매미는 땅 속에서 7년 정도 유충으로 지내다가 일주일 남짓 땅 위로 나와 짝짓기를 한 뒤 생을 마친다. 우화는 천적을 피해 주로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이뤄지며 보통 3~6시간 정도 걸린다. 김성태 프리랜서

연구팀은 "말매미의 울음 시작은 당일 기온 변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울음을 그치는 것은 일몰과 동시에 일제히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국 일몰·일출에 민감한 참매미는 지역에 별 상관없이 울기 시작하지만, 말매미는 도시 열섬 현상 등으로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울기 시작하는 셈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날 정도로 기온이 높으면 말매미가 우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진다는 의미다.

참매미는 동틀 무렵 새벽 대합창 

말매미 [중앙포토]

말매미 [중앙포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기온이 23도 이상이면 참매미가 우는데, 참매미는 동틀 무렵 '새벽 대합창'이라고 할 만큼 요란하게 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말매미는 기온이 27도로 상승하면 곧바로 울기 시작하는데, 마치 스위치를 켜는 것 같다"며 "열섬현상이 없는 곳에서는 말매미가 오전 10~11시에 울기 시작해 오후 내내 운다"고 설명했다.

빛 공해 탓에 한밤중에 울기도 

도시 가로등 [중앙포토]

도시 가로등 [중앙포토]

한편, 도시에서는 매미가 한밤중에도 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로등 같은 빛 공해 탓이 크다.

기온도 높고 조명도 있으면 참매미가 낮으로 오해해 밤에도 운다는 것이다.
또, 말매미의 경우 야간에도 기온이 높게 유지되면 조명과 관계없이도 요란하게 울기도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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