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스피트파이어(Spitfire)'가 76년만에 세계 일주 비행에 나섰다.
복원된 1943년산 스피트파이어 MK IX 한 대가 5일(현지시간) 오후 1시 30분 영국 남서부 굿우드 비행장을 이륙했다. 지구 일주에 나선 이 오래된 비행기가 비행할 거리는 4만3000㎞에 달한다. 넉 달에 걸쳐 30개 나라를 방문할 예정이다. 비행사는 두 명, 스티브 브룩스와 매트 존스다. 이들이 예상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날씨'다.
스피트파이어는 영국을 떠나면 북서 방향으로 날아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를 거쳐 캐나다, 미국으로 들어간다. 알래스카를 거쳐 러시아, 일본, 한국,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비행한다. 인도와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지중해로 들어간 뒤 그리스, 이탈리아를 날아 유럽으로 돌아간다.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10월 27일~29일 사이로 예정돼 있다.
스피트파이어는 이 나라들을 방문하며 유명한 랜드마크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는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과 인도의 타지마할, 일본의 후지 산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번 비행은 '실버 스피트파이어-가장 긴 비행(The Longest Flight)'이다. 실버 스피트파이어는 전쟁에 참전했으나 온전하게 보존됐다. 기관총 등 무장을 해체하고 페인트를 벗겨내 반짝이는 알루미늄 동체를 갖게 됐다.
비행의 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스피트파이어는 '영국의 보물'이고 우리가 기억하는 자유의 상징이다. 스피트파이어의 모험은 영국의 빼어난 기술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고 역사의 물길을 바꾼 비행기를 상기하게 할 것이다."
스위스의 시계 메이커 IWC가 후원했다.
실버 스피트파이어의 두 조종사 매트 존스(오른쪽)와 스티브 브룩스. 매트는 스피트파이어, 헬리콥터, 상용제트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스티브 역시 스피트파이어와 헬리콥터 조종 전문가다.
영국 배우 로자문드 파이크가 5일 이륙 전에 실버 스피트파이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실버 스피트파이어(왼쪽)가 출발할 때 세 대의 스피트파이어가 환송 비행을 함께 했다.
영화 '덩케르크'를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스피트파이어는 2차 대전 당시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영국의 하늘을 지켰다. 지금도 영국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