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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김성재편 왜 막혔나, 법조계 "어지간하면 됐을텐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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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캡처]

[SBS 캡처]

법원으로부터 방송 금지 처분을 받은 '그것이 알고싶다 김성재편'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성재편을 방영하게 해 달라'는 글에 6만4000명이 동의했다. 해당 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그날의 진실을 국민은 알아야겠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자체는 종종 접수되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언론 보도 등 표현의 자유 영역을 사전에 제한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요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신청인의 신청이 타당한지'와 '사후적으로 배상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되는지'가 인정돼야 한다"며 "재판부는 방송 내용이 근거가 없는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신청인의 신청이 타당하다고 봤으며, 방송 이후 신청인의 인격권이 치명적이라 금전적으로도 배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보기에 방송 내용 자체가 고(故) 김성재씨의 전 여자친구를 단정적으로 범인으로 몰아가고 반론권 보장도 잘 안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어지간하면 기각(방송 허용)했을텐데 방송이 좀 과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고 김성재씨 편을 방영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오후 6만4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고 김성재씨 편을 방영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오후 6만4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제작진이 '마음 먹으면' 방송 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방송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벌금 형식'의 강제조항(간접강제)이 없다.

이 때문에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방송을 강행한다 해도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임 변호사는 "신청인이 가처분 신청 때 간접강제 조항까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안 했을 수도 있고, 재판부가 간접강제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적시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아니라 방송 뉴스와 같은 다른 보도 형식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처분 신청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대상으로 한 것인만큼 다른 보도 채널이나 형식을 통해 방영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방송 후 김성재씨 전 여자친구가 명예훼손과 같은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SBS나 제작진에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을 어긴 만큼 제작진과 방송사 측이 가중처벌 될 수도 있다.

주영글 법무법인 해내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야 하는 별개의 사건이 되는 것"이라며 "법원 결정을 어긴 만큼 가중처벌될 수도 있겠지만 방송이 정말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실을 담고 있다면 판결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처분 신청과 소송은 완전히 별개"라며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방송이 공익성이 전혀 없었다'고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 "공익 목적 아냐" vs 제작진 "우려와 좌절감" 

김성재씨의 전 여자친구 김모씨가 신청한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이례적으로 신청인의 손을 들어 방송 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넷 홈페이지[S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넷 홈페이지[S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재판부는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을 때는 예외적으로 사전 금지가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이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있다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만을 방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이 사건 방송을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이 방송의 방영으로 신청인(고 김성재씨 전 여자친구)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일단 '법원의 결정을 따른다'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제작진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닌 새로운 과학적 증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작진의 공익적 기획의도가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검증받지도 못한 채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에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 방송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법원의 결정을 따르되 이미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연·신혜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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