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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도쿄 여행금지 검토, 지소미아 파기”…여당, 감정에 기댈 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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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도쿄 여행 금지 검토 등 감정적인 대일 강경론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 제외라는 무도한 조치를 내린 엄정한 상황에서 여당이 냉철함보다는 감정만 앞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설훈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정부가 지소미아부터 파기하기를 주문한다”며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에 일본에 파기 통지서를 보내 국민의 뜻과 경고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정부에 직접 주문하기는 처음이다.

당초 신중론을 취했던 이해찬 대표가 지난 2일 일본의 보복 조치 이후 “지소미아가 과연 의미가 있나”며 방향을 틀면서 여당 내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지소미아의 파기는 신중해야 한다. 파기가 일본을 압박할 카드는 될 수 있지만, 자칫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소미아 파기는 역사 문제에서 경제전쟁으로 이어진 한·일간 대립이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하는 모양새가 된다.

어제는 도쿄 여행 금지를 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최재성(3선)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응특별위원장은 라디오 프로에 나와 “여행금지구역을 사실상 확대해야 한다”며 “도쿄를 포함해 (여행금지구역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도쿄 올림픽을 겨냥, ‘방사능 카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이 정도 경제침략 상황이면 의병을 일으켜야 할 일”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도쿄 여행 금지 검토뿐 아니라 지소미아 파기에도 동조하면서 대일 강경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여당 중진 의원이 연일 감정적 대응으로 반일 감정을 계속 부추기는 게 과연 온당한가. 이 와중에 김민석 특위 부위원장은 아베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강력한 대일 여론 압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반일 감정만 자극하는 일은 사태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정부 여당은 감정을 앞세운 압박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효적인 경제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감정만 앞세우는 일은 일본이 바라는 바다. 단호하되 신중하고 냉철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