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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 앞질러가는 '듣는' 책...오디오북 시장의 놀라운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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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이 낭독한 오디오북 『노르웨이의 숲』. 오디오북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 네이버오디오클립]

배우 이제훈이 낭독한 오디오북 『노르웨이의 숲』. 오디오북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 네이버오디오클립]

책은 그동안 '읽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책을 '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스피커폰의 보급으로 '오디오북(Audio book)'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음성을 넣어 만든 책으로 일명 '소리책'을 말한다. 오디오북은 독자의 책을 소비하는 형태뿐 아니라 출판업계의 홍보 트렌드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나온 조정래의 신작 『천년의 질문』은 종이책이 출간되기 보름 전 오디오북으로 소설이 먼저 공개됐다. 최근 나온 김진명의 장편소설『직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지』를 펴낸 쌤앤파커스의 정법안 편집인은 "최근 눈으로 글을 읽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오디오북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출판사가 오디오북으로 작품을 선공개하는 것은 이런 시장 변화를 바탕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오디오북 사용량이 급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사진 중앙포토]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오디오북 사용량이 급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사진 중앙포토]

오디오북의 최대 장점은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전하거나 이동을 하고, 또 다른 일을 하면서도 편안하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폰 등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디오북을 더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도 오디오북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오디오북은 종이책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예를 들어『천년의 질문』은 종이책이 1만4800원인데, 오디오북은 1만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디오북을 대여(90일) 형식으로 이용하면 가격이 5900원으로 더욱 낮아진다. 대여 형식으로 이용하면 8000원 정도인 전자책보다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다.

국내 오디오북 업체인 윌라의 이우진 홍보팀장은 "오디오북은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적합한 독서 형태"라며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트렌드와 맞물려 오디오북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자신의 책인 『살인자의 기억법』을 오디오북으로 낭독한 김영하 작가는 "책은 지금은 눈으로 읽는 매체이지만 인류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귀로 들어왔다"며 "독서의 다양한 방식 중 하나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오디오북 시장. 사진은 네이버오디오클립 오디오북 서비스 화면 [사진 네이버오디오클립]

최근 국내에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오디오북 시장. 사진은 네이버오디오클립 오디오북 서비스 화면 [사진 네이버오디오클립]

최근 들어 급성장하는 국내 오디오북

오디오북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시장이 발달해 있는 상황. 미국 오디오북출판협회(APA)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미국에서 오디오북이 종이책 순수익 대비 10%를 차지했다. 또한 미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매년 20%대 확대되며 엄청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오디오북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최근 들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모양새다. 현재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네이버오디오클립'과 '윌라'가 양분하는데, 네이버오디오클립에 따르면, 오디오클립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250% 성장했고, 재생 수는 전년 대비 200% 성장했다. 윌라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올해에 약 300% 이상 자체 서비스 이용시간이 증가했다.

시장 확대와 더불어 오디오클립의 콘텐트도 급증하는 추세다. 손서희 네이버오디오클립 홍보담당자는 "전체 클립 수가 전년 대비 500% 성장했고, 전체 채널 수는 전년 대비 250% 성장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오디오클립은 현재(7월 말 기준) 국내 31개 출판사와 제휴를 맺고 8700여권의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네이버오디오클립에서 오디오북을 경험한 누적 이용자는 10만명이며 누적 판매량은 18만권에 달한다.

오디오북이 만들어지는 데는 성우뿐 아니라 소설가, 연기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녹음에 참여하고 있는데, 유명인사가 참여한 것이 인기가 높다. 네이버오디오클립에서는 배우 이제훈이 낭독한 『노르웨이의 숲』, GOT7 진영이 낭독한 『어린왕자』, 소설가 김영하가 직접 낭독한 『살인자의 기억법』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 여러 성우나 배우가 상황을 연기해 현장감을 살린 오디오북도 인기가 좋다. 이영도 작가의 『오버 더 초이스』는 11명의 성우가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오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오디오북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오랜 시간 '읽는' 게 당연했던 책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오랜 시간 '읽는' 게 당연했던 책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침체한 출판 시장에 활력이 될 것" 

출판계는 오디오북 시장 확대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비자가 책에 노출되는 환경이 많아진다는 면에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소비하는 형태가 어떻게 되든 책의 콘텐트를 소비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아직까진 오디오북 시장을 종이책의 동반 성장 파트너이자 새로운 홍보 도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윌라 이우진 홍보팀장은 "윌라에서 가장 많이 받는 피드백 중 하나는 오디오북을 접하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됐다는 것"이라며 "오디오북 시장이 확대되면서 침체한 출판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국내 오디오북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것들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양질의 콘텐트 부족이다. 최근 독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종이책과 비교하면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오디오북의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다. 제작 비용 때문에 상당수 오디오북이 완독형이 아닌 요약형으로 출시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윌라 관계자는 "최근엔 출간 기획 단계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거나 베스트셀러를 오디오북으로 재출간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오디오북 콘텐츠 부족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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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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