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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도청 용인하고 방임" 임동원·신건 전 원장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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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정보원(옛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해 임동원(72).신건(65) 전 국정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성원 부장판사)는 14일 국정원장 재직 당시 불법도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은성 전 차장(징역 1년6월.확정), 공운영(징역 1년6월.상고심 계류 중) 전 미림팀장 등 검찰이 기소한 국정원 관계자 4명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장기간 국정원의 수많은 인력.장비.예산이 투입된 감청업무에 대해 피고인들이 포괄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통신첩보 보고서의 내용과 형식을 보면 불법도청 결과물임을 알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장으로서 불법도청을 저지.단속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준법지시밖에는 하지 않음으로써 용인.방임한 것은 불법도청을 실행한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임씨와 신씨는 국정원장 재직 기간 중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와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CAS)를 이용한 휴대전화 불법도청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단죄"=임씨와 신씨에 대한 유죄 선고는 국가 정보기관의 관행적 잘못을 법적으로 단죄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의 형사책임이 인정돼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것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으며, 향후 유사 불법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만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가 두 사람에 대해 일단 유죄를 선고한 뒤 기소되지 않은 전직 원장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집행유예를 내림으로써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되지 않은 그 이전의 국정원장(안기부장 포함)들에 대해서도 상징적이나마 처벌의 대상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 시작 전까지 무죄를 예상한 듯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던 신씨는 유죄가 선고되자 법정을 빠져나가며 불만을 표시했다. 신씨는 "이게 재판이냐, 항소하겠다"고 소리쳤다. 이어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실을 제대로 쓰지 않는 언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임씨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불법도청 내용 보도에 실형 구형=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MBC 이상호(38)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44) 편집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사적인 대화는 알 권리의 대상이 아니며, 백번 양보해 대상이라고 해도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합리적 제한이 필요하다"며 "형법상 명예훼손에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선고는 다음 달 11일 오전 10시다.

장혜수 기자

국가정보원(옛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해 임동원(72), 신건(65) 전 국정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성원 부장판사)는 14일 국정원장 재직 당시 불법 도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로써 김은성 전 차장(징역 1년6월.확정), 공운영(징역 1년6월.상고심 계류 중) 전 미림팀장 등 검찰이 기소한 국정원 관계자 4명 모두에게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장기간 국정원의 수많은 인력.장비.예산이 투입된 감청 업무에 대해 피고인들이 포괄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통신첩보 보고서의 내용과 형식을 보면 불법 도청 결과물임을 알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장으로서 불법 도청을 저지.단속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준법 지시밖에는 하지 않음으로써 용인.방임한 것은 불법 도청을 실행한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임씨와 신씨는 국정원장 재직기간 중 유선중계통신망감청장비(R-2)와 이동식휴대전화감청장비(CAS)를 이용한 휴대전화 불법 도청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 불법 도청 내용 보도에 실형 구형=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MBC 이상호(38)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44) 편집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사적인 대화는 알 권리의 대상이 아니며, 백번 양보해 대상이라고 해도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합리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고는 다음달 11일 오전 10시다.

장혜수 기자

[뉴스 분석]

임씨와 신씨에 대한 유죄선고는 국가 정보기관의 관행적 잘못을 법적으로 단죄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의 형사책임이 인정돼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것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있으며, 향후 유사 불법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만큼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가 두 사람에 대해 일단 유죄를 선고한 뒤 "기소되지 않은 전직 원장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집행유예를 내림으로써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되지 않은 그 이전의 국정원장(안기부장 포함)들에 대해서도 처벌 대상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 시작 전까지 무죄를 예상한 듯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신씨는 유죄가 선고되자 법정을 빠져나가며 불만을 표시했다. 신씨는 "이게 재판이냐. 항소하겠다"고 소리쳤다. 이어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을 제대로 쓰지 않는 언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임씨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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