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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유벤투스 “승부조작 맞다, 하지만 우승컵은 돌려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호날두(가운데)는 내한경기 당시 팬 사인회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하고 친선경기에서도 단 1분도 뛰지 않은 채 벤치를 지켜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유벤투스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날두(가운데)는 내한경기 당시 팬 사인회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하고 친선경기에서도 단 1분도 뛰지 않은 채 벤치를 지켜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유벤투스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한 친선경기 당시 선수단 지각과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결장으로 물의를 빚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가 자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뻔뻔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승부조작으로 인해 박탈된 우승 트로피를 돌려달라며 이탈리아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매체 ‘칼치오 메르카토’는 “유벤투스가 지난 2005-06시즌 (승부조작으로 우승을 박탈당한) 자신들을 대신해 리그 우승팀으로 등재된 인터밀란의 우승 자격을 박탈하라”며 이탈리아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1일 보도했다. 연방 법원이 오는 6일 해당 사안을 재판에 회부할 지 여부를 승인 또는 기각하는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벤투스는 지난 2006년 세리에A(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루치아노 모지 당시 단장이 축구계는 물론, 언론계 주요 관계자들을 매수해 심판의 배정과 판정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

당시 모지 단장이 세리에A 심판 배정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전화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이탈리아 축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칼치오 폴리’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승부조작 스캔들의 핵심에 유벤투스가 있었다.

이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한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유벤투스를 세리에B(2부리그)로 강등시키고 2004-05시즌과 2005-06시즌 우승 자격을 박탈했다. 2004-05시즌 우승은 공석으로 두고, 2005-06시즌 우승은 2위를 기록한 인터 밀란이 승계했다.

바로 다음 시즌에 세리에A로 복귀한 이후 지난 시즌을 포함해 8연패를 달성한 유벤투스는 과거의 잘못을 잊고 ‘흑역사 지우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법원에 “승부조작에 관여한 건 맞지만, 우승을 박탈당한 건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연방 법원은 “재고의 가치가 없다”며 즉시 기각했다.

유벤투스가 인터밀란의 2005-06시즌 우승팀 자격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건 “우승트로피를 돌려달라”는 직접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해 시즌 2위에 그친 인터밀란에게 우승컵이 돌아가는 건 부당하다”며 살짝 방향을 틀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우승 이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잊고 적반하장의 행보를 보이는 건 지난달 26일 팀 K리그와 친선경기 직후 보이는 행태와도 상당부분 닮아 있다. 유벤투스는 숙소 호텔에서 늑장을 부리다 생중계가 잡혀 있는 킥오프 시간까지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해 물의를 빚었다. 간판 선수 호날두는 팬 사인회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하더니 친선경기에도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옵션을 어기고 단 1분도 뛰지 않았다. 경기 후엔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이 항의하자 유벤투스는 지난 1일 공문을 보내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시간이 지연된 건 경기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프로축구연맹과 주최사 더페스타의 미숙한 진행 때문이며, 호날두가 결장한 건 부상 우려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연맹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유벤투스의 행보는 국제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K리그는 호날두가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원하고 있지만 유벤투스가 거부하고 있다”면서 “유벤투스의 행보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며 큰 실망감을 자아냈다”고 보도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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