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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계파 정치 필벌"···친박·비박 동시에 때린 황교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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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 반드시 신상(信賞)하고 필벌(必罰)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책 없이 지도부를 흔들고 당 분열 행위를 하면 총선을 망치고 나라를 현 정권에 갖다 바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제 머릿속에는 친박·비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 결정에도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친박에 빚진 게 없다”고 했던 지난달 30일 기자들과의 ‘번개 오찬’ 발언과 유사한 맥락이다.

황 대표가 당 내부를 향해 이처럼 직설적이고 강한 어조로 공개 경고한 건 이례적이다. 황 대표는 막말 논란으로 당이 궁지에 몰렸을 때도 “재발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6월 4일)는 수준의 메시지를 냈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이처럼 본격적인 기강 잡기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당 지지율 하락, 계파 갈등 부활 조짐에 황 대표도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황 대표의 경고 직전까지도 당에서는 황 대표의 각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는 우리 당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었던 계파를 벗어나는 행동을 해야 한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큰 정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초선의원은 “최근 벌어진 국토위원장 자리싸움 논란, 주요 당직자 인사를 둘러싼 잡음, 황 대표를 향한 공개발언 등이 모두 당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일종의 신호”라며 “황 대표로서는 내부단속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이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주장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황 대표가 작심하고 본격적으로 내부 기장을 잡기 시작하면, 소속 의원들은 그 말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총선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공천과 연계지은 발언이냐’고 묻는 기자들을 향해 “발언 그대로 생각을 해달라. 말씀드린 게 전부”라고 답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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