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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폴리페서 비판하더니 수석 이어 장관 거론…학생들 “내로남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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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국 전 민정수석 지난달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에서 떠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전 민정수석 지난달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에서 떠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난 정치 체질이 아닙니다.”

청와대, 서울대에 ‘임기 만료’ 팩스

이 말의 화자(話者)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라고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전했다. 10여 년 전부터 조 전 수석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했지만 매번 같은 답을 들었다고 한다. 조 전 수석은 최근에도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2002년부터 서울대 법대(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의 형법 전공 교수다.

조 전 수석은 1일 서울대 교수로 복직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관계자는 “청와대로부터 지난달 31일 오후 3시30분 팩스를 통해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임기가 끝났음을 확인하는 서류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대의 경우 교수가 정무직 근무를 이유로 휴직할 경우 휴직 기간을 정무직 재임 기간으로 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의 경우 26일로 자동으로 휴직기간이 끝난 셈이다.

서울대에선 그러나 조 전 수석이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다. 조 전 수석이 복직신청을 하더라도 곧 다시 휴직 신청을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SNU Life)’엔 26일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요?’란 글이 등장했다. “벌써 2년 2개월 비웠는데…법무부 장관 하시면 최소 1년은 더 비울 거고…. 평소에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인과 교수의 합성어로 현실 정치에 적극 관여하는 교수를 의미) 그렇게 싫어하던 분이 좀 너무 하는 것 아닌가”라는 글이 올랐다. ‘내로남불’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조 전 수석 스스로 서울대 부교수였던 2004년 4월 서울대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에서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국회법상 임기 시작 다음달 30일 교수직이 자동 휴직 되고 4년간 대학을 떠나 있게 된다.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 교수를 새로 충원할 수 없다. 낙선해 학교로 돌아와도 후유증은 남게 된다”고 지적한 일도 있다.

실제 서울대 측은 “조 전 수석이 퇴임하지 않으면 형법 교수를 신규 채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전 수석의 처신이 규정에 어긋난 건 아니다. 그가 민정수석이 되면서 휴직 했듯 장관이 되면 또 휴직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하지만 ‘내로남불’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 전 수석은 2008년 당시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자 동료 교수 48명과 “교수의 지역구 출마와 정무직 진출 규제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며 학교 측에 관련 윤리규정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일이 있다.

하준호·이태윤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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