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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여행 전면금지…미국산 무기 구매에 보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국 정부가 1일부터 중국인의 대만 개인 여행을 잠정 중단한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 격)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당면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비춰 2019년 8월 1일부터 47개 도시의 대륙 주민의 대만 개인 여행 시범 조치를 잠정 중단한다”는 양안 관광 교류 창구인 해협양안여유교류협회(海旅會) 명의의 공고를 게재했다.

단체 이어 개인비자 발급도 중단 #대만 관광객 60% 감소 전망 #한국 사드 때보다 더 센 보복 #“총통선거 개입 의도” 해석도

중국이 여행사를 상대로 대만행 단체 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한 데 그치지 않고 개별 자유 여행까지 전면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오늘 오전부터 베이징과 산둥 소재 여행사에 대만 자유 여행 비자 발급을 잠정 중지하라는 통지가 내려왔다”며 중국인이 대만 자유 여행에 필요한 유효기간 6개월의 G 비자 발급이 전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011년 대만 자유 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베이징·톈진·상하이·샤먼 등 47개 도시의 호적 보유자에 한해 대만 개인 여행을 허용해왔다.

중국은 공고에서 “최근 양안 관계를 고려했다”는 언급 외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네티즌은 내년 1월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여행 제한 조치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최근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에 대만 정치권이 찬성한 데 대한 징벌적 성격이라는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만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6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증가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이번 조치로 하반기 중국 여행객 약 70만 명이 대만을 찾지 못해 대만 관광업계가 약 39억 대만달러(1480억 원) 규모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중앙사는 대만을 찾는 관광객의 60%, 매달 15만 명의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지난달 초 대만이 22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발표하면서 일련의 제재를 발표해 왔다. 우선 대만 무기 판매에 관련된 미국 기업을 상대로 제재를 경고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저우산(舟山)도 동부 해역과 대만이 관할하는 진먼(金門)도에서 불과 55㎞ 떨어진 둥산(東山)도에서 대규모 실전 상륙 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 위아래 두 곳에서 동시에 대규모 상륙작전을 시행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의 제재가 갈수록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에 반대해 한국을 상대로 단체 관광을 금지했을 당시에도 개별 자유 여행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자 발급 중지로 개별 여행까지 전면 차단한 것은 대만이 처음이다. 또한 기존 여행 금지 조치가 여행사에 비공식 구두 통지로 이뤄졌지만, 문화관광부가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중국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단호하게 싸워 국가의 통일을 지켜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연합뉴스]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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