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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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거리에 나서면 아스팔트가 발뒤꿈치에서 눅진거리고 대청마루에 앉아봐도 숨이 턱을 치받는다.
더위에 대처하는데는 그더위를 비켜가는 길도 있고 그것을 뚫고 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산골이나 바닷가를 찾아 서늘맞이(납량)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요즘 피서지라는 델 가면 사람으로 뒤덮여서 도시의 잡담을 피한다는게 도리어 강속으로 잘못 들어선 느낌이 든다.
거기 비하면 밀짚 모자하나 들고 무더위 속 농촌으로 뛰어들어 봉사 활동으로 땀 흘리는 대학생들을 보면 그 심신의 건강함에 감격한다.
여기서 자극되어 더위를 이기며 사는 건강한 생활인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여름이라서 부채를 제재로 삼기는 하였으나 생활의 장(장) 에서의 부채는 계절을 상징하는 한소품일뿐 통념적인 부채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저 부채일뿐인 부채, 그것은 이미 시(시) 의 부채는 아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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