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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한·미동맹만 외치면 됐는데···한국당 '트럼프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트위터를 날릴까도 생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몫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백승주 의원이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의미를 축소한 데 대해 “부적절한 코멘트에 매우 유감”이라면서 한 말이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것(small one)'이라고 표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No thank you"라는 트위터를 보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것(small one)'이라고 표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No thank you"라는 트위터를 보냈다.

그러곤 다음날인 30일 트럼프 대통령 계정(@realDonalTrump)으로 "No, Thank you(노 생큐)"로 시작하는 트윗을 보냈다. "미사일에 대한 당신의 언급은 김정은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김정은을 망칠 수 있다.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 국민에게 심대한 위험인데 당신은 상관하지 않느냐(Not your concern?)"는 취지였다.

같은 당 소속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도 비슷한 고민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현재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지)을 깨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당신은 한‧미동맹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환기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미국에도 할 말을 다 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언행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 한·미 동맹은 금과옥조였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동안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한·미 동맹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해왔다. 그런 만큼 미국 대통령도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되어선 그게 깨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반편 한·미 동맹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작은 것'(small one)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도 요구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유승민 의원이나 백승주·윤상현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비판은 그런 차원이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의 미국은 수십 년간 우리가 알아온 동맹국과 다르다"며 "동맹도 상호이익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보수 정당이 미국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 핵공유를 넘어 핵 무장 주장까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세훈 전 시장은 통화에서 “최근 미국이 자국 이익만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 우리나라의 자체 핵개발 가능성을 견지하는 게 하나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정당들의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은 어떨 것인가도 있다. 다수설은 트럼프가 튀는 경우란 주장이지만 미국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에너지·안보·경제 측면에서 달라진 세계질서에 대응해 한·미 동맹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30일 오전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기선 의원은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독립을 이뤄내면서 중동산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더이상 매달리지 않게 됐고, 각 나라에도 에너지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제 미국은 더 이상 보수 진영에서 생각하는 미국이 아니다. 냉전시대와 달리 지금은 반공주의나 자유주의 가치 전파가 미국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합의가 사라졌고, 동맹의 의미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그런데 보수진영에선 한‧미동맹을 신화적인 의미로 생각한다. 동맹의 한 축이 변했는데 우리만 무조건 정답은 한‧미동맹 강화인 것처럼 절개를 지키면 뭐하나"라며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고민해야하는데 정치권에 그런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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