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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교육장비 중복 구매로 88억원 낭비한 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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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블록1의 발사 장면. [사진 공군]

천궁 블록1의 발사 장면. [사진 공군]

군 당국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 정비교육용 훈련 보조장비(CBT·Computer Based Training)를 불필요하게 추가 구입해 87억원이 넘는 세금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30일 이같은 내용의 ‘전력화 지원요소 등 획득실태 기동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이 사업을 추진한 공군 담당자는 새로운 CBT 장비가 굳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대학 선배의 부탁을 받고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12월 천궁 후속양산계약 진행 당시 공군 담당자는 대학 선배인 A회사 대표로부터 ‘천궁 CBT 신규 장비를 천궁 양산사업에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방사청에 신규 장비를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방사청도 공군이 신규 장비 소요에 대해 합참의 필요성 검토를 받지 않았고 기존 장비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신규 장비 소요 및 사업비를 천궁 양산계획과 국방중기계획 요구서에 포함해 87억8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천궁 후속 양산 계약에 신규 정비교육 장비 예산 87억8000만원이 반영됐다.

‘천궁(天弓)’은 지상에서 공중 표적을 공격하는 중거리 지대공(地對空) 유도탄이다. 국방부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보면 전력화지원요소에 대한 추가 소요는 소요군의 건의에 따라 합동참모본부의 필요성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은 이러한 과정을 따르지 않았다.

감사원은 방사청장에게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직원의 비위 내용을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하고, “이미 개발된 기존 장비에 문제점이 없는데도 불필요하게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청했다. 공군참모총장에게는 “기존 장비에 문제가 없는데도 합참의 필요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신규 장비를 요청하는 일이 없게 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지대지(地對地) 다연장로켓 ‘천무’ 사업 과정에서도 합참의 검토를 거치지 않고 불필요하게 장비를 중복 구매한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 로켓을 배열한 발사기인 천무는 지상에서 발사해 지상의 목표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지대지 무기이다.

육군과 해병대는 2014년 3∼4월 천무의 전력화지원요소로 10t 구난차, 2.5t 유조차, 지게차 등을 방사청에 요청하면서 다른 사업과의 중복 여부나 합참의 필요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이 때도 방사청은 합참의 검토 여부 등도 확인하지 않은 채 육군·해병대가 요청한 대로 천무 양산계획에 반영했다.

그 결과 육군은 구난차 5대·유조차 9대·지게차 16대가, 해병대는 구난차 2대·지게차 2대가 편제기준보다 초과 배치됐다. 10t 구난차는 실제 사용 실적도 없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육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 사령관에게 주의요구하고, 10t 구난차를 필요한 부대로 관리 전환하라고 요청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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