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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늘축제 총격 19세 용의자, 범행 전 인스타에 '백인우월주의' 암시

중앙일보

입력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 길로이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3명을 숨지게한 혐의를 받는 산티노 윌리엄 리건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 길로이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3명을 숨지게한 혐의를 받는 산티노 윌리엄 리건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왜 실리콘밸리의 하얀 멍청이들과 메스티소(Mestizo·유럽 백인-원주민 혼혈)들을 위해 마을을 넓혀 혼잡하게 만드는 걸까"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길로이 마을에서 6살짜리 아이를 포함해 3명을 죽이고 15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가 범행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용의자는 마을이 북적이게 된 것에 볼멘소리를 내며 '힘이 곧 정의'(Might is right)라는 제목의 책을 읽으라며 권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 길로이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3명을 숨지게한 혐의를 받는 산티노 윌리엄 리건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 길로이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3명을 숨지게한 혐의를 받는 산티노 윌리엄 리건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범행 동기는 백인우월주의?

29일(현지시간) AP통신, NBC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길로이 마늘 축제 현장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는 19세 산티노 윌리엄 리건으로 파악됐다. 리건은 총격 사건 직후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경찰은 리건이 인스타그램에 해당 글귀를 남기고 약 한 시간 뒤에 총격 사건 관련 신고를 접수했다. 리건의 범행 동기가 증오범죄에 해당하는지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이유다.

리건이 인스타그램에 "읽어보라"며 언급한 책은 19세기인 1890년 레그나르레드비어드(가명)가 쓴 것이다. 책 내용은 오로지 힘만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을 결정할 수 있으며, 반유대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특히, 영어권 나라에선 백인우월주의나 네오나치 커뮤니티에서 '필독서'로 평가받는다는 게 미국 언론의 설명이다.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 길로이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3명을 숨지게한 혐의를 받는 산티노 윌리엄 리건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작은 마을 길로이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3명을 숨지게한 혐의를 받는 산티노 윌리엄 리건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AP=연합뉴스]

리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41년 동안 해마다 열리며 미국 최대 음식 축제로 자리 잡은 길로이 마늘 축제에 대해서도 못마땅하다는 듯 불평을 늘어놨다. 리건은 범행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와~ 마늘 축제 시간이다"라며 "비싼 쓸모없는 것에 낭비하라"고 조롱하는 투의 글을 남겼다.

스콧 스미시길로이 경찰서장은 리건의 범행에 대해 "우발적인 범죄로 보인다"면서도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길로이 마늘 축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사건 현장 인근의 도로 모습. [AP=연합뉴스]

길로이 마늘 축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사건 현장 인근의 도로 모습. [AP=연합뉴스]

"형제가 복싱 훈련했다"

리건은 범행 현장인 길로이의 크리스마스 힐 공원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서 태어났다. 리건의 가족이 경찰로부터 주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리건의 조부 토마스 리건 때문이다. 토마스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감독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데, 1988년 딸을 성희롱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토마스는 전처가 딸에게 거짓 증언을 시켰다고 항변해 배심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리건의 아버지가 리건과 그의 남자 형제에게 시킨 독특한 양육방식도 미국 언론의 이목을 끌고 있다. 육상 선수 코치 출신인 리건의 아버지는 리건과 남자 형제에게 종종 복싱 연습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NBC뉴스에 따르면 리건 가족의 이웃들은 리건의 아버지가 차고를 복싱 체육관으로 개조해 형제에게 종종 스파링 연습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조세핀 구이초가 길로이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6살짜리 친척 스테판 로메로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조세핀 구이초가 길로이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6살짜리 친척 스테판 로메로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찰은 리건이 'AK-47' 소총의 현대적 개량형을 범행에 쓴 것으로 파악했다. 또, 경찰에 따르면 리건은 사건을 일으키기 약 3주 전인 지난 9일 네바다주에서 총기를 구입했다. 리건이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21세까지 총기 구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네바다주에서는 18세 이상이면 합법적으로 총기를 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네바다 북부에 있는 리건의 마지막 거주지와 리건의 차량, 리건 가족의 집 등을 수색하며 사건 동기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사건 당일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달아난 또 다른 용의자를 추격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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