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식욕억제제 왕국, 45명 중 1명꼴로 먹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10개월간 45명 중 1명꼴로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을 넘겨 장기 투여하거나 두 가지를 함께 먹는 등 오남용이 심각하다.

최근 10개월간 45명 중 1명꼴로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최근 10개월간 45명 중 1명꼴로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올해 4월 497만 건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10개월 동안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116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2.2%에 해당했다. 45명 중 1명꼴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셈이다. 식욕억제제는 식욕을 느끼는 뇌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통상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35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가 운동 등 행동요법을 6개월 이상 시도해도 감량이 안 될 때 의사가 비만치료제로 처방한다.

최근 10개월간 45명 중 1명꼴로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최근 10개월간 45명 중 1명꼴로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김익상 식약처 마약관리과 사무관은 “식욕억제제는 비급여로 처방되기 때문에 그간 건강보험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실제 어떻게 쓰이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며 “지난해 5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처음 이런 실태가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9만건은 3개월 넘은 장기 투여 #과다 복용 시 환청·환각 부작용

여성(92.7%)이 압도적으로 많이 처방받았고, 연령별로는 30대 환자가 10명 중 3명(30.3%)을 차지했다. 처방 사유로는 비만 및 기타 과영양이 주를 이뤘다.

식욕억제제는 마약류로 지정 관리되는 성분인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을 함유했기 때문에 과다 복용 시 환청이나 환각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른다. 최근 한 배우가 식욕억제제 8알을 한꺼번에 복용한 뒤 환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내성이 생길 수 있어 한 달 이상 복용을 금지한다.

식욕억제제 사용 환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식욕억제제 사용 환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10명 중 1명(10%)은 2개 성분 이상을 중복해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4주 이하로 처방했으나 3개월을 초과한 경우도 9만건(2%)이었다.

식약처는 “다른 식욕억제제 성분과 함께 먹지 말아야 하고, 투여 기간은 4주 이내로 제한하되 최대 3개월을 넘기면 안 된다”며 “장기간 복용 시 폐동맥 고혈압과 심각한 심장질환 등 부작용 발생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식욕억제제를 한 달 복용한 뒤 환청에 시달려 응급실에 실려간 이도 있다. 2017년 식약처에 보고된 식욕억제제 부작용 건수는 395만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모두 1597만명으로 집계됐다. 3.2명 중 1명꼴이다. 여성(57.8%)이 남성(42.2%)보다 소폭 높았고, 50대가 10명 중 2명(21.5%)에 해당했다. 마취·진통제가 가장 많고, 최면진정제, 항불안제 등 순서였다. 성분별로는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환자가 658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다졸람(518만명), 디아제팜(287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