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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65만 키즈 유튜버 ‘간니닌니’…“시청자가 원하는 건 공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튜브 채널 '긴니닌니 다이어리'의 긴니 닌니 가족. [사진 긴니닌니 다이어리]

유튜브 채널 '긴니닌니 다이어리'의 긴니 닌니 가족. [사진 긴니닌니 다이어리]

“일상을 담는 유튜브를 만든다고 했을 때 한 유명 유튜버는 망할 거라고 했어요. 일반인의 일상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했죠. 저흰 상관없었어요. 유튜브는 우리 가족의 영상 일기일 뿐이니까요.”

3억8000뷰 키즈 유튜브 '긴니닌니 다이어리' #긴니·닌니 자매의 엄마 고은주(45)씨 인터뷰 #아빠 암 투병하면서 영상일기로 유뷰트 시작 #“시청자들, 자극적인 것보다 공감 원하더라"

65만7841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키즈 유튜브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를 운영하는 고은주(45)씨의 말이다. 고씨는 키즈 크리에이터 가흔(13) 양과 둘째딸 리흔(9) 양의 엄마다. 딸들의 애칭인 간니와 닌니를 따서 만든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3년 전 시작했다. 아빠를 위해 식빵을 굽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놓고 야식을 먹는 평범한 자매의 일상을 담았다. 엄마를 펑펑 울린 간니의 감동적인 몰래카메라 영상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상은 총 3억8000만뷰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극적인 영상이 없어 ‘청정 유튜브’로 불린다. 2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고씨는 “최근 키즈 유튜버가 화두에 올랐는데 유튜브를 ‘로또’라고 보고 시작하면 아이들이 희생된다”며 “유튜브를 하면서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영상이 아닌 공감을 원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고씨에 따르면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2016년 MCN(다중채널네트워크) 회사인 다이아TV의 키즈 크리에이터 대회에서 간니와 닌니가 뽑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고씨네 가족은 자매의 아빠가 갑상샘 암에 걸려 투병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고씨는 이 대회를 알고 남편에 “우리가 없더라도 아이들이 우리를 추억할 수 있도록 영상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뽑힌 10명 중 구독자 수 0명은 간니닌니 자매뿐이었다.

모두가 망할 거라고 했던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1년 만에 구독자 수 1만명이 됐다. 2년 뒤 30만명, 현재는 65만명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주로 보는 타깃 층은 초등학생이고 그다음이 6~7세, 중·고등학생 등이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에게 왔다. 고씨는 “유튜브를 하기 전 간니의 학부모 참관 수업에 갔는데 수업 중 고개를 숙인 채 손도 한번 안 들더라”며 “지금은 자신감이 높아져 친구들을 몰고 다닌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많은 경험을 하면서 꿈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엄마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게요”라고 했던 간니는 이제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교사가 돼서 세계 일주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도 변했다. 고씨는 "‘안 돼’를 먼저 말하는 부정적인 엄마였는데 아이들과 유튜브를 만들며 소통하다 보니 친구 같은 엄마가 됐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긴니닌니 다이어리'의 긴니 닌니 자매. [사진 긴니닌니 다이어리]

유튜브 채널 '긴니닌니 다이어리'의 긴니 닌니 자매. [사진 긴니닌니 다이어리]

고씨는 유튜브 자체를 나쁜 미디어로만 봐선 안 된다고 한다. 고씨가 최근 저서『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를 펴낸 이유기도 하다. 고씨는 “유튜브는 아이들이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의미가 있다”며 “유튜브를 보거나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아이를 위해 나쁜 점을 거르고 장점을 찾아주는 건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를 시작할 때 돈이 아닌 아이의 긍정적 변화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부모가 키즈 크리에이터 자녀를 위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씨는“우선 평일 촬영과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고, 아이는 출연진으로 놀게만 해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특히 아이들이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흑역사 영상 같은 건 절대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영상 촬영과 편집을 도맡은 자매의 아빠는 영상을 편집한 뒤에도 세 번씩 영상을 돌려본다. 그는 “중요한 건 아이가 그만하고 싶다는 순간 무조건 안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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