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씨름 강호동|통나무메고 뛰기로 18세괴력 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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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으랏샤샤샤-아.』
마치 투정난 아이처럼 두팔을 허우적거리며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모래판에 오르는 1m82cm·1백23kg의 거한이 제가슴을 두드리며 질러대는 소리다.
『뿌로(프로)는 학실한 개성이 있어야 댄다 아닙니꺼?』강호동(강호동·18·일양약품) 본인은 이 괴상한 몸짓이 개성화 작전을 위해 고안해낸 의도적인 제스처라고 설명한다.
제44회체급별대회(4월부산)백호군에서 출발, 내노라하던 선배들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서는 황제 이만기(이만기·26·현대) 마저 발들어치기와 뒤집기 두판으로 모래판에 꼬나박았던 괴력의 씨름꾼 강은 결승에서는 자신을 트레이드되도록 했던 전대회장사 임용제(임용제·24·조흥금고)마저 3-0으로 완파, 꽃가마의 새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대회직후 「엄마가보고싶어」고향으로 달려가는 18세의 천진스러움을 강은 고스란히 갖고있기도 하다.
지난 83년 민속씨름이 출범, 이만기(당시경남대) 가 최욱진(최욱진·당시23세·경상대) 을 꺾고 초대 천하강사로 탄생했을때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약관20세의 씨름황제」라는 칭호를 붙였었다.
두터운 가슴, 부드러운 허리, 금상첨화로 타고난 승부근성까지 갖춘데다 스타로서 필요한 「끼」마저 넘쳐 김학룡(김학룡) 감독으로부터 『기량보다 자만이 앞서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듣고 있는 강호동.
「내가 천하강사가 되면 사람들은 어떤 칭호를 붙여줄까.」그 행복한 상상이 강으로 하여금 올여름 설악동계곡에서 치러내는 극기훈련을 견뎌내게 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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