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말은 지우개로 지울 수가 없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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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말에 대하여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신중성을 일깨운 교훈의 참뜻을 되새겨 보기를 원한다. 말은 지우개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의사표현은 인격을 형성하는 인성(人性)의 밭에서 돋아나는 생각의 싹이 입을 통하여 음성으로 돋아나는, 순간적인 의식의 반사작용으로 표출된단다. 선이든 악이든, 사랑이든 증오이든, 겸손이든 오만이든, 칭찬이든 비방이든, 독이든 약이든 당사자의 인성본바탕이 숨김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니 특히 모든 지도자는 항상 인격 도야에 온 정성을 다 기울여 다수 국민으로부터 인격을 추앙받는 대상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인격 도야는 결코 완성이 없으며, 정신수양이 바탕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육신의 취약성과는 무관하게 삶의 마지막 날까지 정진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 지도자로 자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 언어습관이 그들이 목적한 의사와 괴리되는 이유는, 자기 언어를 듣는 사람들의 귀에 달콤하게 칠하기 위하여 아름답고 덕성스럽게 힘들여 위장지로 포장하는 습벽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경과되어 포장지가 뜯기고 숨겨진 본성이 노출되는 순간, 들은 사람들은 발설자의 감추어진 인성 본바탕과의 괴리를 파악해 실망하며 신뢰의 울타리를 거두어들이기 마련이란다.

요즈음 한국사회가 많이 시끄럽구나. 지난번에 물러난 권력 제2인자가 언론사들에 자행한 무지막지한 언어 테러가 대부분의 국민에게 저항을 받았더구나. 그 몰지각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지도자가, 물론 지지도는 매우 미약하나마 미래 지도자로서 여론조사의 지지도를 가리는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 자체가, 어쩌면 한국사회가 그러한 언어폭탄을 동경하는 환경이 팽대해 있지 않는가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 분위기를 청결하게 다듬어야 건전한 사회로 거듭난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반드시 언어질서를 확립하여 윤리가 살아 생동하는 건전사회를 건설함에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육정책의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대중의 인성이 온화하게 변화되어 부드러운 언어가 교류되며, 서로를 보듬는 온화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도함이 지도자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드러운 언어는 결코 남을 해하지 않고 따라서 자기의 화(禍) 또한 방어해 줄 것이다. 언어는 인간 삶의 모든 행위의 시작이요 끝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서상순(acesuh) 조인스닷컴 디지털국회 논객

(서상순 논객의 '육영수 여사의 천상의 엄마편지' 시리즈는 디지털국회 사회.여성마당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assembly.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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