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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12년 만에 GS칼텍스에 돌아온 한수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새롭게 문을 연 체육관에서 만난 GS칼텍스 한수지. 김효경 기자

지난달 새롭게 문을 연 체육관에서 만난 GS칼텍스 한수지. 김효경 기자

"적응이요? 너무 편하죠. 모르는 선수를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여자배구 GS칼텍스로 돌아온 한수지(30)의 표정은 밝았다. 차상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대다수와 이미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한수지는 2006~07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FA 보상선수로 지명돼 현대건설로 이적했고, 2010년 다시 FA 보상선수로 KGC인삼공사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뒤 FA 계약을 맺었던 한수지는 지난 5월 세터 염혜선·센터 이영과 2대 1 선수 맞교환을 통해 무려 12년이 걸린 셈이다. 그 사이 포지션도 세터에서 미들블로커로 바뀌었다.

무려 12년 만에 돌아와 최고참 선수가 됐지만, 동료들과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수지는 "(문)명화는 KGC에서 함께 있었고, (이)소영이는 중·고등학교 후배라 친하다. (박)혜민이는 AVC컵에 함께 나간 적이 있다.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선수도 많다. 어린 선수들을 제외하면 모두 잘 아는 사이"라고 웃었다. 차상현 감독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수지가 주장 김유리를 도와 팀을 잘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수지는 "감독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면담을 나눴다. 팀웍을 강조하셨다. 나도 주장을 해봐서 아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정말 고맙다. 유리 입장에선 내가 선배라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최대한 편하게 '보필'하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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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현 감독이 부임한 이후 GS칼텍스는 빠른 배구를 지향하고 있다. 밖에서 본 GS 스타일도 그랬다. 한수지는 "GS칼텍스와 경기를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거 같다'고들 했다. 플레이가 정말 빨라서"라며 "A속공을 견제하면 양쪽에서 C퀵을 막기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물론 지금은 그 플레이를 한수지가 해야 한다. 한수지는 "감독님께서 그런 플레이를 요구하셔서 연습하고 있다. 처음엔 조금 어려웠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가 있다"고 했다.

벌써 세 번째 이적. 하지만 이번만큼은 상상도 하지 못한 트레이드였다. 한수지는 "지난해 (FA계약을 하면서)연봉이 높아졌다. 그래서 트레이드는 상상도 못했다. 다른 팀에서 나를 데려가기엔 부담스럽지 않느냐"라며 "내가 A급 선수라면 모를까,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라 이적은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인삼공사와 GS칼텍스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수지는 지난 시즌 FA 대박을 터트렸다.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연봉퀸(3억원)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한수지는 이적도 고려했으나, 원소속팀 KGC인삼공사가 거액을 베팅하면서 잔류했다. 좋은 대우를 받았으나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비판에도 시달렸다. 한수지는 "누구든 좋은 제안이 온다면 수락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물론 연봉만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해한다"면서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선수라면 그런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쿨하게 말했다.

2017년 결혼한 한수지는 내년에 우리 나이로 32세가 된다. 서서히 은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시기다. 한수지는 "처음 계획은 35살까지 선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몸이 안 아프면 더 하고 싶단 생각도 했지만, 아플 땐 짧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배구선수인 나를 잘 이해해준다. 다만 배구에 대한 욕심이 생기다 보니, 출산 문제로 고민이다. 정대영·김세영 언니도 육아 문제로 고민했는데, 사실 출산 이후엔 은퇴를 해야할 거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한수지는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표팀에 선발됐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선 양효진, 김수지가 부상으로 빠져, 한수지가 박은진·이주아 등 어린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한수지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에게 새로운 배구를 배우기도 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훈련이나 경기를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세계선수권 예선엔 못 나가지만 대표팀이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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