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판결’로 불리는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다음 달 22일로 연기됐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자인 페이스북이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의 1심 판결은 당초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 판결이 ‘세기의 판결’로 주목받은 이유는 판결 결과에 따라 그동안 문제가 됐던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인터넷 사업자 간의 역차별 문제, 해외 사업자에 대한 통신사의 망 사용료 과금 문제 등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거나, 오히려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판부의 고심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통신사들은 ‘상호접속고시’를 통해 상위 통신 3개 회사 간에는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 쪽에서 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상호 정산 방식으로 정산 방식을 변경했다. 예를 들어 기존엔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KT 망을 이용해도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2016년부턴 SK브로드밴드가 KT에 사용료를 내도록 고시가 바뀌었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 통신사는 전용회선 비용 인상 등을 통해 국내 콘텐트 제작 업체에 비용 부담을 늘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해외 사업자에겐 제대로 된 망 사용료를 받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페이스북 역시 늘어나는 국내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와도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이 과정에서 두 회사에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통해 페이스북을 접속한 이용자의 접속 경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불편에 빠트렸다는 게 방통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우회 접속으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쳤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이용자 이익 제한’으로 보고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페이스북이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이런 복잡한 배경으로 인해 해당 판결에서 방통위가 승소할 경우, 국내 통신사는 향후 해외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이 이통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면, 다른 해외 사업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요구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논란도 어느 정도 가라앉게 될 전망이다.
앞서 22일 사퇴를 밝힌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2년간의 대표적 성과로 국내와 해외 인터넷 사업자 간의 역차별 해소를 꼽으면서 “망 사용료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망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거대 글로벌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