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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운동권 강제 징집 때 소아마비 학생도 끌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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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80년대 초 운동권 학생에 대한 강제 징집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영복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68년 4월 북파공작을 목적으로 창설된 실미도 부대에서 대원 4명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동료들에게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다.

◆ 녹화사업=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는 운동권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은 정권 안보를 위해 5공 정권 차원에서 저지른 인권 유린 행위라고 판단했다. 5공 정권은 80년 9월부터 84년 11월까지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제적.정학.휴학 등 특수학적 변동자와 운동권 출신 정상 입대자, 민간인 등 1152명을 강제징집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한 성균관대 남모씨, 소아마비 장애가 있던 서울대 이모씨 등이 강제 입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강제징집자 중 921명과 정상 입대자 247명, 민간인 등 1192명을 사상 개조와 학원 프락치로 이용하기 위해 실시된 녹화사업에 동원했다.

과거사위 이해동 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만큼 정부 전체 차원의 사과가 이뤄져야 하며, 피해자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실미도부대=이 부대는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주도로 창설됐다. 사형수나 군 특수범이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훈련 후 장교로 임관시켜 주겠다"고 속여 부대원을 모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68년 7월 탈영하려다 붙잡힌 이부응.신현준씨와 부대 현역병을 협박한 윤태산씨, 70년 무의도에서 강간사건을 일으킨 강찬주씨는 상부의 지시를 받은 동료들에게 살해됐다. 71년 8월 탈출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공군이 관리하는 특수범'으로 발표했으며 관할 공군부대도 이들의 이력서를 소각하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 과거사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이 부대가 만들어졌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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