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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문화cafe] 엄마, 주인공이 그림자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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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 )는 없어. 젖을까 봐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

"개미 빼고는 모든 것에 ( )가 있어."

"발은 자석 같아 ( )를 붙여놓네."

괄호 안에 들어갈 공통어는? TV 프로그램 '전파 견문록'이 연상되는가. 정답은 '그림자'다. 우리 일상에 늘 존재하는 그림자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이토록 무궁무진하다. 친숙하면서도 신비한 것이 바로 그림자다.

가족 연극 '그림자 그림자'는 바로 이 지점에 착안했다. 꼬마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매개로 그림자를 활용했다. 또한 그림자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자아에 대한 인식의 시작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실체와 환영, 현상과 개념의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요소가 그림자에 내포돼 있는 것이다.

연극은 두 개의 공연으로 구성돼 있다. 1부 '그림자 광대의 그림자 놀이'는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다. 무대 위에 커다란 원형 막이 내려져 있고, 그 뒤에서 괴상하게 생긴 그림자 광대들이 뛰쳐 나와 놀이를 한다. 돌고래가 새가 되었다가 다시 코끼리로 변하는 마술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어떻게? 진짜 그림자로만 연극을 하기 때문이다. 배우의 신체만으로 세상 모든 것으로 변신 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2부 '그림자 씨의 그림자 시'는 스토리가 있는 진짜 연극이다. 시인은 시가 써지지 않아 고민이다. 시상의 원천인 발가락이 얼어붙은 게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문자가 찾아와 더 방해를 한다. 편집장.할머니.우체부.도둑 등.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작품은 시인과 변신에 능한 시인의 그림자 사이의 옥신각신을 다룬다.

'그림자 그림자'는 가족 연극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극단 '뛰다'의 2006년 신작이다. 부부인 배요섭(36).이현주(34)씨가 공동 연출을 한다. 연출의 말은 이렇다. "교훈적인 이야기는 책을 접하면 된다. 아동극의 핵심은 빛.움직임.소리 등을 통한 연극적 '체험'이 있어야 하며, 그 체험을 상상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그림자'를 활용했다." 공연 오후 2시(화요일 쉼), 토 오후 5시 추가, 공휴일 오후 3시. 1만5000~2만5000원.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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