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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재 기대하나…청와대 “한·일 군사정보 협정 모든 옵션 검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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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호 03면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대일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19일 또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린 바 없다”면서도 “우리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서 90일 전 통보하면 파기 #“연장 여부 미결정이 전략적 모호성” #한국보다 미·일 필요로 체결 인식

이 관계자는 또한 “이 협정을 통해 일본과 교환하는 정보를 객관적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라며 “이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교환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측면도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발언이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군사 정보를 상호 공유할 수 있는 협정으로 1년 단위로 갱신한다. 연장을 원치 않는 어느 한쪽이 협정 만기 90일 전(올해는 다음달 24일)까지 통보하면 파기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 인사들이 이틀 연속 지소미아 재검토를 언급한 데 대해 “아직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정확하다”며 “결정하지 않은 그 자체가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소미아가 한국보다 미국·일본의 필요로 체결됐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 강한 만큼 미국이 한·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길 바라는 측면에서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도 “미국이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확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가 지소미아와 관련한 질문에 유독 영어로 답변한 데 대해서도 미국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찾아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본 측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수출 규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이날 오전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해 ‘제3국 중재위 설치’ 제안에 한국 정부가 응답하지 않은 데 항의하고 관련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김 차장은 일본 정부의 중재위 구성 요청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두 국가가 중재 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일부 승소, 일부 패소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며 “장기간 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국 국민 간 적대감이 커져 미래 지향적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그런데도 우리는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모든 건설적인 제안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며 “일본 측에 제시한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해결 방안을 포함해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일본 측과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측은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발언과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위문희·이근평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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