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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도 16~17% 벌었다, 중소형주 펀드 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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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 상반기(1~6월) 국내 주식시장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이었다. 무역분쟁으로 맞선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향해 펀치를 날릴 때마다 시장은 출렁였다.

[2019 상반기 펀드 평가] #수익률 1위 한국운용 김기백 팀장 #다양한 업종에 1%대 균등투자 #2·3위 신한BNPP 정성한 실장 #호황 탈 산업 패러다임 맞춰 투자

 상반기 코스피 지수는 4.39% 오르는 데 그쳤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상승률 중 18번째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장(2.2%)의 성적은 더 나빴다. 비실대는 국내 증시와 달리 중국(19.45%)과 미국(14.03%) 등 해외 증시는 펄펄 날았다.

 펀드 시장도 이런 장세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73%에 그쳤다. 평균 17.65%를 기록한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과의 격차는 까마득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팀장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팀장

 1위는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17.29%)였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중소형 가치주 위주로 투자하되 투자 비중을 1%대로 균등하게 투자해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단기간에 고수익을 창출하는 펀드가 아니라 꾸준히 벌어가면서 변동성을 관리해 수익률을 차곡차곡 쌓아갔다”고 말했다.

 상반기 펀드 시장의 ‘군계이학(群鷄二鶴)’은 2ㆍ3위에 이름을 올린 ‘신한BNPP뉴그로스중소형주목표전환’(16.34%)와 ‘신한BNP뉴그로스중소형주’(16.09%)다.

정성한(43)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밸류운용실장이 지난 16일 여의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정성한(43)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밸류운용실장이 지난 16일 여의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이 두 펀드를 키워낸 이가 정성한(43)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밸류운용실장이다. 사실 그의 운용 철학은 남다르다. 섹터나 지역, 테마보다는 산업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패러다임(paradigm) 투자’다.

 “최근엔 상장 회사들이 여러 사업 영역을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다양하게 다루는 만큼 전통적인 ‘업종’ 틀에만 갇혀 종목을 선정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의 산업 패러다임을 선정하고 그 안에서 저평가된 다양한 종목에 골고루 투자해서 성과를 낼 수 있었죠.”

 그는 한 번에 7~8개의 패러다임을 정한다. 상반기를 관통한 패러다임은 인프라투자(5G)였다. 4차산업혁명과 전기차ㆍ자율주행 등을 패러다임으로 정해 투자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맞춰 골라 담은 오이솔루션ㆍ서진시스템(인프라투자) 등이 성과를 이끌었다.

 “패러다임에 맞춰 투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는 산업 종목은 팔게 되고 계속 새로운 산업을 찾게 됩니다. 산업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고 장기 수익률도 꾸준히 높게 유지할 수 있었죠.”

 6월 말 기준 신한BNP뉴그로스중소형주의 3년 수익률은 16.86%, 5년 수익률은 46.26%다. 같은 기간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5.93%와 3.42%인 것과 비교하면 성과가 두드러진다.

 산업의 흥망성쇠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도 즉각 감지된다. 그는 “2017년까지는 중국소비재가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였지만 차익 실현 과정에서 사라졌다”며 “올 상반기 수익률을 견인했던 인프라투자는 지난해 9월부터 5G 관련 종목의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했다.

 미ㆍ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정실장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시장 상황은 2003~2005년과 비슷하다. 당시 저평가됐던 가치주가 그때를 지난 뒤 엄청나게 성장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중소형주 장은 당분간 더 이어질 여지가 큽니다.”

 주시하는 유망한 패러다임으로 그는 4차산업혁명과 인터넷ㆍ콘텐트를 꼽았다. 정실장은 “지금 진행 중인 5G 인프라투자는 4차로 수준인 데이터 고속도로를 128차로까지 확장하는 격”이라며 “인프라투자가 끝나면 수많은 기업이 데이터 센터를 세울 텐데 그때부터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서플라이체인 산업(4차산업혁명), 또 인터넷ㆍ콘텐트 패러다임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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