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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교체설' 뒤숭숭한데…김현종 미묘한 외교부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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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뉴스1]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7일 오전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만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 지난주 방미에 이은 대미 설득전의 일환이다. 그런데 김 차장이 스틸웰 차관보를 만난 장소가 청와대가 아니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 차장이 스틸웰 차관보를 만나는 곳이 ‘외부’라고 했다. 청와대가 언급한 외부는 외교부가 있는 서울 도렴동의 정부서울청사 별관 건물이었다.

청와대 고위 인사가 외빈을 맞이하면서 청와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오ㆍ만찬을 겸한 업무 협의가 아닌 이상 청와대에서 만나는 게 통상적이다. 이번 협의가 외교부에서 이뤄진 이유는 장소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청와대에서 외교적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수리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름 개각에 대한 여러 소문과 맞물리면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날짜를 정해놓고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각) 준비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외교부 임직원들의 물밑 관심은 강경화 장관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에 쏠려 있다. 세간엔 김 차장이 현 정부에서 언젠가 외교장관으로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이미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차장이 외교부 건물에서 미 행정부 인사를 맞는 장면이 연출되자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나왔다. 김 차장이 스틸웰 차관보와 만난 곳은 외교부 청사 9층 외빈접견실로, 9층에는 경제외교 관련 부서가 모여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 차장이 집무실로 쓰던 방이 지금의 9층 외빈접견실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미국 측 고위 인사가 올 때마다 나오는 의전의 격 문제도 거론됐다. ‘차관+α’급인 김 차장이 차관보를 맞이하는 것인데, 스틸웰 차관보가 청와대를 예방하는 형식이 아니라 외교부에서 양자협의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ㆍ미동맹의 특수성과 관계의 긴밀함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격을 따질 일은 아니다”라며 “특히 지금처럼 민감한 현안이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을 많이 할수록 좋은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또 “우리 차관보급이 가서 미국 국무부 차관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차장은 스틸웰 차관보와 한 시간 정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일본과의 갈등 상황과 관련해) 우리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방향을 자세히 설명했고, 스틸웰 차관보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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