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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성장 2년' 얄궂은 통계···'잘사는 절반'만 더 부자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체 가구의 28%를 차지하는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소득 하위 50%(1~5분위)의 소득은 2년 새 감소하고, 그 이상(6~10분위)은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잘 사는 절반은 더 부유해지고, 못 사는 절반은 더 가난해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경제통’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분기와 가장 최신 자료인 2019년 1분기의  ‘소득분위별 소득 및 비소비지출’ 마이크로 데이터(통계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인가구를 포함한 우리나라 가구를 소득순으로 10개 그룹으로 등분한 뒤, 2017년 1분기 대비 2019년 1분기의 소득 증감률을 비교해보면 중간소득 이하 5개 가구 그룹(1~5분위)은 소득이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1분위(소득 하위 10%)와 2분위(하위 10~20%)의 소득이 각각 13.6%ㆍ13.4% 줄어드는 등 감소 폭이 유독 컸다. 그나마 5분위가 -0.2%로 감소 폭이 작았다. 세부적으로 근로소득은 1분위~4분위에서 모두 줄었고, 사업소득도 1분위~5분위 모두 감소했다.

2017~19년 1분기 10분위별 가구 소득 비교

추경호 의원은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과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취약계층이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난 영향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켜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되려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을 후퇴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중간소득 이상 5개 가구 그룹(6~10분위)은 2년 새 소득이 나란히 증가했다. 9분위(상위 10~20%)가 9.3%나 늘어나 소득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최고 부유층인 10분위(상위 10%)도 5.6% 소득이 늘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했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중산층도 이런 소득 불균형 심화의 여파를 받고 있다. 중간 소득 이상을 벌어들이는 가구(6~10분위)이지만 고소득층이라 할 수 없는 6ㆍ7분위(소득 상위 30~50%)의 소득 증가율은 각각 2.9%ㆍ 5%로 8~10분위의 소득 증가율을 밑돈다. 4ㆍ5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다.

결국 2년 새 최상위 고소득층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소득 불균형을 막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소주성이 되려 소득 불균형을 키우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소득 최하위층이 생활을 정부 등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온다. 1분위는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1분기 69.2%에서 올해 1분기 84.6%로, 2분위는 같은 기간 54.6%에서 72.5%로 크게 늘었다. 이전소득은 공적연금ㆍ기초연금ㆍ사회수혜금 같은 정부지원이 포함된 소득이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오히려 일자리 감소에 따라 저소득층 수입은 되레 더 줄고 있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경준 교수는 "저소득층의 이전소득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근로소득이 계속 줄고, 이전소득은 계속 늘어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한편 통계청은 1인 가구의 소득을 빼고 가계소득동향 자료 등을 공개한다. 통계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통계청이 밝힌 이유다. 그러나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1인 가구를 빼면 우리나라 가구 소득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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