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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떠날 채비하는 문무일…“영어 학원 다닐까?”

중앙일보

입력

▶대검 A 간부=영어 학원에 다녀보는 건 어떻습니까?

▶문무일 검찰총장=좋은 생각이긴 한데. 너무 젊은 학생들이 많아서 좀 그렇지 않을까?

떠날 채비하는 문무일…"영어학원 다녀볼까?"

10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대검찰청 월례확대간부회의에서 오간 말이다. 대검의 또 다른 간부는 '도서관에 다니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총장은 이번에도 "너무 나이 들어 보이지 않을까"라며 주저했다는 후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봉욱 차장검사의 퇴임식을 마친 뒤 퇴임식장을 나가는 모습.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봉욱 차장검사의 퇴임식을 마친 뒤 퇴임식장을 나가는 모습. [뉴스1]

문 총장은 오는 2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퇴임 이후 행보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당초 검찰 제도 개선 등의 연구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을에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 대학 특성상 하버드 대학 등의 입학 절차가 대부분 끝난 상태라 아직 공부할 학교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문 총장은 퇴임에 앞서 검찰 직원들과 점심·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대검 각 부서의 5급 이하 직원들과 돌아가며 대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10일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과 서울 청계산 아래 한 식당에서 3시간가량 '증류식 소주'를 마시며 폭음했다. 문 총장은 퇴임 전날엔 대검 참모들과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는 등 임기 만료 전까지 검찰 직원 등을 두루 만날 계획이다.

"특수·공안 대신 민생수사 강화해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 발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 발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문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에 대한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겼다. 문 총장은 간부들을 향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간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느낀 소회도 밝혔다. 문 총장은 "'수사를 짜낼 때까지 한다'라거나 '검찰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국민이 해 왔다"며 "지난 2년간 국민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 여러 개혁 방안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살피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온 문 총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는 대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는 소신도 다시 한번 밝혔다. 문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검찰이 공안이나 특수 같은 인지수사보다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민생분야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이 특별수사와 일부 공안 수사를 계속할 수 있게 두는 대신 형사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수통'인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도 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특별수사로 대표되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여 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직접수사를 어디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검찰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반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아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검찰 입장을 대변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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