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인기작가] 9. 고정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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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겸 동화작가 고정욱(42.사진)은 소명의식을 지닌 작가다.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인 그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써서 장애인.비장애인 어린이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한다.

'큰일났다 똥이 마려워'(대교)'절름발이 소년과 악동 삼총사'(웅진)'아주 특별한 우리 형'(대교)'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두산동아)'괜찮아'(낮은산)'가방 들어주는 아이'(사계절) 등 그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장애인들이 등장한다.

배가 살살 아파도 혼자서는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 가는 진우('큰일났다…'), 매일 업어서 등하교시켜주는 엄마가 어느날 늦어 친구 영석이 등에 업혀 산동네에 있는 집으로 가야 했던 동구('괜찮아'), 목발을 짚고 다니는 영택이 대신 가방을 들어주는 일을 억지로 했던 석우('가방…'), 뇌성마비 장애아인 형과 장가가서도 같이 살겠다는 종민이('아주 특별한…'), 손가락은 넷이지만 멋진 피아니스트가 된 희아('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대교) 등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정욱은 그래도 "아직도 못다 쓴 장애아의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소설로 등단한 그가 동화를 쓰는 이유는 "장애인 앞에 가로놓여 있는 장애물을 하나라도 치워놓고 가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그의 동화는 주제가 선명하다. 비장애인 어린이들이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것. 그래서 그의 동화를 따뜻하고 사실적이라고 칭송하는 이들도 있지만, '장애의 유형만 틀릴 뿐 비슷비슷한 이야기'라고 일침을 놓는 이들도 있다.

또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돕게 된다는 줄거리가 다소 계도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이땅의 어린 친구들에게 장애인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문학작품으로 알려주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외국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고 돕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장애인들의 실상을 동화로 알리다 보면 동화를 읽고 자란 이들은 커서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꿈꿔본다고 한다.

동화 속에는 등하교 길의 어려움, 철 모르는 조무래기들의 놀림, 화장실 계단의 무서움 등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1960~70년대 신촌을 그려 산업화되어가는 도시 풍경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는 "동화만은 적어도 죽을 때까지 장애인을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소재와 줄거리를 틀에 박아 놨지만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함, 소설가의 묘사력에 힘입어 고정욱의 동화는 모든 책이 각각의 개성을 지니며 살아 숨쉰다.

글=홍수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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