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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I·생명공학도 수출 규제하나...석달 전 전담부서 신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에 전시돼 있는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에 전시돼 있는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인해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군사 물자' 논리를 들며 자국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규제 품목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연이어 언급하면서다. 수출 규제 발표 직전에는 첨단기술의 수출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부서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NHK 방송은 10일 경제산업성이 지난 4월 첨단 기술의 무역관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이 관리 대상이 포함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 부서는 첨단 기술 수출을 대외전략에 활용할 목적으로 신설됐다. 그동안 경제산업성 전반에 흩어져있던 첨단 기술 관련 자료를 통합 관리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의 어떤 기업이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어떤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지 등 정보가 종합적으로 관리된다. 수출 규제 범위를 확대시키는데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1일 반도체 3대 품목(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의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한국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8일 후인 지난 9일에는 수출 품목이 한국에서 독가스인 '사린가스'로 전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구체적 이유도 들었다.

NHK는 "첨단 기술은 미국도 수출 규제 검토를 진행하는 등 무역 관리는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며 "일본도 앞으로 해당 기술의 수출을 대외 전략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AI와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도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어 경제산업성을 통해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 [EPA=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9일(현지시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군사적 목적으로의 전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자국과 한국을 이외에 유럽에서도 여론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FT는 일본 고위 관료를 인용해 "(수출 규제 품목을) 한국이 만약 민간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군사 용도로 전용될 우려 때문에 이번 조치를 하게 됐다는 일본식 합리화 논리다.

전선은 국제무대로 확대됐다. 한국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 참석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WTO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백지아 주제네바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 개의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정치적 목적의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일본도 즉각 입장을 냈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일본 관방부 부장관이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출관리 제도를 적절히 운용하기 위해 WTO가 인정하는 안보 목적의 재검토"라고 말하면서다. 한·일 정부 간 갈등은 악화일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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