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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무사할수 없다"···경제보복 중재자로 美 끌어오려는 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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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7년 1월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IT기업 CEO를 뉴욕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17년 1월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IT기업 CEO를 뉴욕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중앙포토]

“일본→한국→미국이다. 애플ㆍ구글도 위험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미국을 ‘중재자’로 세우려는 한국 측 논리가 주목받는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 주 중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주요 통상 당국자를 만날 예정이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도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국장과 회동한다. 한국 정부는 “한국 업체 피해가 확산할 경우 미국 업체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미국에 중재자 역할을 제안할 예정이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ㆍ중 무역 전쟁을 불사하는 데다 방위비를 아끼기 위해 한ㆍ미동맹을 저울질할 정도로 자국 경제 살리기에 민감하다”며 “미국을 중재자로 끌어들이려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쇄 타격의 영향권에 있는 미국 회사는 F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을 필두로 한 애플ㆍ퀄컴ㆍ인텔ㆍHPㆍ엔비디아 등 정보기술(IT) 업체다. 일본이 내린 수출 제한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사들이는 회사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는 D램ㆍ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삼성이 70%, SK가 50% 이상 점유율을 지키는 ‘과점’ 상태다. 따라서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삼성ㆍSK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IT 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아이폰으로 통화하고 있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아이폰으로 통화하고 있다. [백악관]

반도체보다 범위가 좁지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디스플레이다. 반도체가 과점 시장이라면 디스플레이, 그중에서도 스마트폰ㆍ노트북 등에 쓰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삼성이 90% 이상을 점유한 사실상 독점 상태다. 중국ㆍ대만 업체도 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지만, 기술력이 삼성에 많이 뒤진다.

그런데 이 소형 OLED의 최대 수요처가 애플이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실상 삼성이 독점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의 독점력을 약화하기 위해 일부러 LG디스플레이에 소형 OLED 공급을 타진할 정도다. 만약 일본의 이번 조치로 삼성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애플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애플뿐 아니라 화웨이ㆍ샤오미ㆍ오포 같은 중국 IT 업체도 영향권이다.

미국은 ‘주판알’ 튕기기에 들어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톱2’인 삼성ㆍSK가 타격을 입으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IT 기업이 대거 포진한 나스닥 지수가 0.78% 하락한 지난 8일에도 마이크론 주가는 2.51% 올랐다. 특히 마이크론은 과거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 공장을 인수해 쓰고 있어서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반사이익을 따지던 미국이 (일본의 조치가) 자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에 나설 수 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경제 우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부터라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한미일 삼각 동맹의 틀을 강화하는 외교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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