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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한국GM 잔혹사 끊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한국GM 잔혹사를 끊을 비장의 무기’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GM이 ‘가장 잘 만드는 차’로 반전을 노린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니치 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으로 꼽히는 픽업트럭이다. 한국GM은 오는 8월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한국시장에 출시한다.

콜로라도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만 14만대가 팔린 GM의 대표선수다. 1918년 쉐보레 브랜드 최초의 트럭인 원톤(One-ton)에서부터 100년을 이어온 중형 픽업트럭이다. 픽업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종이다. 포드의 대형 픽업트럭 F시리즈는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45년간 연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GM이 미국시장의 베스트셀링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8월 공식 출시한다. 쌍용차가 선점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한국GM]

한국GM이 미국시장의 베스트셀링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8월 공식 출시한다. 쌍용차가 선점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한국GM]
한국GM이 미국시장의 베스트셀링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8월 공식 출시한다. 쌍용차가 선점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한국GM]

‘상남자’ 외모에 섬세한 편의장비

비(非)도시 거주인구가 많고 야외활동을 즐기는 미국인들에게 다목적(유틸리티)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픽업트럭의 장점이다. 미국 차답게 선이 굵고 거칠어 보이지만 최근 출시되는 픽업트럭들은 각종 편의 장비와 첨단 사양이 대거 채용돼 있다.

콜로라도 역시 뒤범퍼 모서리에 발판을 달아 적재함에 올라가지 않고도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코너 스텝’, 테일 게이트를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이지 리프트·로워 테일 게이트((EZ Lift & Lower Tailgate)’ 등의 편의 사양이 달려 있다.

어두운 곳에서 적재함을 비추는 ‘카고 램프’, 화물이 미끄러지지 않고 적재함 내구성을 높인 ‘스프레이 온 베드라이너(Spray-on Bedliner)’ 등도 기본 사양이다. 트레일러를 쉽게 끌 수 있는 각종 첨단기술과 후방 카메라도 유틸리티 차량으로서의 상품성을 높인다.

한국GM이 미국시장의 베스트셀링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8월 공식 출시한다. 쌍용차가 선점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한국GM]

한국GM이 미국시장의 베스트셀링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8월 공식 출시한다. 쌍용차가 선점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한국GM]

렉스턴 스포츠와 정면 승부

유일한 경쟁자는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다. 2002년 ‘무쏘 스포츠’로 시작해 액티언 스포츠(2006)·코란도 스포츠(2012)·렉스턴 스포츠(2018)에 이르기까지 18년 동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독식해 왔다. 지난해엔 ‘롱 바디’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해 라인업을 늘렸다.

지난해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의 4세대 픽업트럭이다. [연합뉴스]

렉스턴 스포츠의 인테리어. 승용차에 가까운 편의장비를 갖췄다. [사진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의 롱바디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 . [사진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칸의 인테리어. [사진 쌍용자동차]

콜로라도의 국내 출시 사양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제원은 대략 비슷하다. 렉스턴 스포츠 모델이 전장 5405㎜, 콜로라도가 5402㎜로 거의 비슷하다. 높이는 렉스턴 스포츠가 1885㎜, 콜로라도가 1833㎜로 렉스턴 스포츠가 약간 껑충한 느낌이다. 적재공간 크기도 큰 차이가 없다.

전체적인 비율이나 편의성은 콜로라도가 한 수 위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미국 시판가격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 업계에선 최소 4000만원대 중반에서 시작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가격이 책정될 경우 렉스턴 스포츠보다 최대 2000만원까지 비싸진다.

OEM 흑역사 깰까

한국GM은 국내 생산 차량 대신 수입해 판매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략을 오랫동안 구사했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형세단 시장에서 호주 홀덴이 만든 스테이츠맨·베리타스 등을 수입해 팔았지만 별 반향이 없었고, 2015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한 임팔라 역시 인기가 없었다.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중형 SUV 이쿼녹스도 출시 이후 13개월 동안 2800여대를 파는 데 그쳤다. 싼타페와 경쟁하겠다며 들여온 차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한국GM은 콜로라도에 이어 대형 SUV 트래버스의 한국 출시를 결정했다. 역시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한국GM이 OEM 수입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대형세단 임팔라. [사진 한국GM]

한국GM이 야심차게 선보인 중형 SUV 이쿼녹스. 싼타페와 경쟁하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사진 한국GM]

문제는 OEM 신차들이 늘 상품성과 가격에서 경쟁 차량들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테이츠맨·베리타스는 한국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옵션과 가격으로 외면당했고, 이쿼녹스 역시 싼타페보다 부족한 편의 사양에 가격은 더 비싸 인기가 없었다.

콜로라도가 한국GM의 ‘OEM 흑역사’를 깨려면 결국 상품성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은 현대·기아차의 편의사양을 따라잡거나, 최소한 가격이라도 저렴해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계기판과 반자율주행 기능,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 역시 치열한 SUV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다면 콜로라도 역시 한국GM ‘OEM 흑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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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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