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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만리장성 넘는다'... 희망 이야기한 '6년 호흡' 이상수-정영식

중앙일보

입력

2019 코리아오픈 탁구에서 준우승한 이상수(왼쪽)-정영식. 부산=김지한 기자

2019 코리아오픈 탁구에서 준우승한 이상수(왼쪽)-정영식. 부산=김지한 기자

 "팬들도 많이 오시고, 지켜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복식 결승에 나섰던 이상수(29·삼성생명)의 첫 소감이었다. 이날 '단짝 파트너' 정영식(27·미래에셋대우)과 호흡을 맞춰 쉬신-판젠동 조와 맞딱뜨렸던 이상수는 끝내 0-3으로 완패해 준우승한 뒤 "생각만큼 안 나와서 아쉽다. 더 해야 할 걸 찾아 보완해서 마지막엔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나선 정영식도 "결승에 올라온 건 잘 한 부분인데, 실력 차가 느껴졌다. 항상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더 노력해야겠단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2019 코리아오픈 탁구에서 준우승한 이상수(아래)-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9 코리아오픈 탁구에서 준우승한 이상수(아래)-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이상수와 정영식은 한국 남자 탁구에서 세계 정상급을 노크할 만 한 능력을 갖췄단 평가를 받는 간판 듀오다. 둘 다 세계 톱10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고, 6일 현재 이상수는 세계 14위, 정영식은 20위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중국이란 벽이 늘 과제이자 도전같다. 둘 다 중국 선수들을 넘어본 적은 있지만, 승리보단 패배가 더 많았던 만큼 더 많은 승률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도 하고, 훈련도 열심히 하는 '노력파 선수들'이기도 하다.

둘에게 중국은 어떤 의미의 상대인지 물어봤다. 이상수는 "전 세계 선수들 모두 생각하겠지만, 정상에 오르려면 넘어야 할 큰 산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거쳐야 할 산"으로 중국을 표현한 이상수는 "산으로 올라가다보면 힘든 일들이 많지 않나. 그걸 이겨내야 정상에 설 수 있다. 그 산을 넘을 수 있도록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식도 "처음 국가대표가 되고 선배님들과 대표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만 봤을 땐 무조건 자신감만 있었다. 그러나 많이 졌다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9 코리아오픈 탁구에서 준우승한 이상수(왼쪽)-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9 코리아오픈 탁구에서 준우승한 이상수(왼쪽)-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그래도 둘은 과거에 비해 경험도 붙고, 중국과의 격차를 조금씩 좁혀가면서 벽에 대한 자신감도 더 붙어 있었다. 특히 정영식은 6일 코리아오픈 단식 8강전에서 세계 3위 판젠동을 4-2로 누르면서 한국 남자 탁구의 힘을 보여줬다. 이상수는 "그 전엔 걱정의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 2-3년동안 우리 선수들이 많은 걸 보여줬다. 우리가 하던대로, 이 방향을 계속 밀고 가면, 올림픽 때 누가 나갈 진 모르겠지만 그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오늘 경기도 그랬고, 얼마 전 세계선수권에서 안재현이 동메달을 땄을 때도 그랬고,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니까 점점 비슷해지고 결과도 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붙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력하면, 나도 나름대로 리우올림픽도 경험해본 만큼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쉬신-판젠동과 준우승한 이상수-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쉬신-판젠동과 준우승한 이상수-정영식. [사진 대한탁구협회]

둘은 2013년부터 6년간 각종 국제 대회에서 호흡을 맞춘 '환상의 파트너'로 통한다. 국가대표 선수촌에선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와 가장 늦게 나갈 만큼 연습 벌레로도 유명하다. 중국을 넘기 위해 늘 연구하고 고민하는 둘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선 더 업그레이드된 '한국 남자 탁구'를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정영식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확실히 분위기를 잡고 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노력하면, 항상 이기는 탁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이상수는 "모든 선수들이 다 잘 하고 있어서 자극도 되고 경쟁도 많이 된다. 한 팀이 돼서 공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 지 의지가 모두 돋보인다. 나도 모든 선수들에게 배운다.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충분히 올림픽 때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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