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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석유사들 "이젠 북극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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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 세계 에너지 메이저사들이 막대한 양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노리고 줄지어 북극으로 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얼어붙은 북극해 아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매장량의 40%인 약 1080억 배럴의 원유가 천연가스와 함께 묻혀 있다. 확인된 매장량만 그 정도다. 지구 전체 미개발 원유의 25%가 이곳에 있다는 미국 지질조사국의 보고도 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다국적기업인 로열더치셸을 비롯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이곳에 모두 합쳐 약 350억 달러의 개발비를 쏟아 부을 태세다. 이에 따라 '골드 러시'를 본뜬 '콜드 러시(Cold Rush)'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회사는 노르웨이의 스타토일이다. 북극해 인근의 풍부한 유전 개발 경험을 내세워 최근 노르웨이 정부가 내준 개발 허가권의 상당수를 따냈다. 러시아 가스프롬 소유의 슈토크만 천연가스전 개발에도 참여할 태세다. 코코노필립스나 파이오니어, 커-맥기, BP 같은 회사들도 북극 유전개발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매서운 기후에 엄청난 바람과도 맞서야 하는 혹독한 자연 조건이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과 환경이 비슷한 러시아 동해안의 사카린 Ⅱ 유정을 개발 중인 셸은 애초 개발비를 120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00억 달러나 들였다. 스타토일도 북극해 초입인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면서 원래 예상보다 50% 늘어난 93억 달러의 비용을 들였다.

혹독한 북극 지역이라고 해도 유전 탐사와 굴착 비용은 심해(깊은 바다) 유전 개발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를 상업화하려면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수송 비용이 그것이다. 북극 지역에는 송유관이나 가스관 같은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스는 많은 돈을 들여 액화공장을 현지에 지어 액체로 만든 뒤 배로 날라야 하고 원유도 쇄빙선을 이용해 수송해야 한다. 북극 지역은 아직 인간의 손을 덜 탄 청정지역이니만큼 환경보호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 메이저들이 북극에 대한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은 고유가가 계속되는 데다 지구 전체에 채굴 가능 지역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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